시산제를 지내고
황태포와 막걸리를 사 들고
마니산 참성단으로 향했다
쉴 새 없이 옷깃 속으로 스미는 비와 바람을 안고
참성단을 올랐지만
아쉽게도 출입문은 꼭꼭 잠겨 있었다
하늘, 산, 바람, 별, 비, 눈, 나무, 돌, 나뭇잎, 그리고
아직 생각하지 못한 모든 것을 향하여
바람처럼 비처럼 막걸리를 뿌렸다
늘 메고 다니던 배낭과
낡을 대로 낡은 신발이 비에 젖었다
온몸에서
겨울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봄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올 내내 계절과 계절 사이를 건너면서
산등성이 걸어가겠지
그리고 산에서 내려오면 습관처럼 글을 쓰겠지
글을 쓰는 일은
내 삶의 숨구멍으로 드나드는 바람 같은 것
梁該憬
2011.2.27.마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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