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여명
2012. 2. 4. 새벽 4시
아직은 밤
어떤 새는 잠이 들고
먼 숲 속에서 뒤척이던 태양
바람에 밀려오는 꿈을 꾸는 시간
짐작의 걸음은
어두운 네 시와 다섯 시를 지나고
여덟 시를 걸었다
검은색이 빠져나간 회색의 아침
먼 숲 속에 갇혀 일어나지 못한 태양은
가는 길을 잠시 잃었는가
어둠과 밝음의 경계에서
낯선 세상을 만나는 영혼들이여
그대는 지금이 밝은가
어두운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서서
무진장의 침묵에 빠지고 싶다.
梁該憬
2012.2.4.태백산에서
아무도 오르고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어둠의 저편에서 태양이 소리없이 걸어오는 것처럼
조용히 올라보리라는 상상을 했었다
그렇게 해서 벅찬 정상에 올라서고
멋지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태양을 보리라는 기대를 했다
새벽4시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잠을 거스르고 달렸왔는지
길을 찾지 않아도
앞서서 걷고 있는 사람들의 뒤만 쫓으면 되는 상황이다
새벽 정체를 겪으며 3시간여만에 오른 태백의 정상
기세 좋은 바람과 바늘같이 따가운 눈발이
한바탕 놀고 있었다
검은 색이 빠져나간 태백에서의 아침
태양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루종일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회색에 빠져있을 것같다
오늘 아니라도 태양은 뜨겠지
산 정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
천국을 잃어버리고 헤메는 슬픈 영혼들같았다
방황하는 슬픈 짐승의 그림자 같았다.
그 슬픈 그림자를 가진 자들보다
무진장의 침묵에 빠진 저 천년송, 주목나무
나무와 나무사이에서 나무가 되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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