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함백산- 등이 긴 산길, 할아버지 옷고름 같은 산 길

kyeong~ 2012. 2. 12. 22:00

이른 인사

 

봄은 하늘로부터 오는가

눈은 지천으로 은 백인데

하늘에 가득한 온기

몸 안의 것이 밖으로 나온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시리도록 하얀 설원

가슴 한쪽에 눈물이 울컥하는데

봄은 시린 가슴에서 새 촉을 틔우는 것인지

 

멀리 둥근 산 머리 아래쪽에

복수초가 시리도록 웃고 있을 것 같은데

석양을 따라 외길로 걷다 보면

딱 마주칠 것 같은 느릿느릿한 봄

 

이런 날은 등이 긴 산길에서

떼 죽처럼 시린 손을 내밀고 싶다

산 너머 텅 빈 하늘에

흘러가는 마음을 모두 내어 주고 싶다.

 

梁該憬

2012.2.12.함백산에서

(두문동재-은대봉-중함백-함백산정상-만항재)

 

 

 

딱 한 달전에

여기를 왔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바람을 만난 곳

 

저번에는 만항재에서 올랐고

이번에는 두문동재에서 올랐다

까마귀 등같은 바위에 올라서면

선하게 들어오는 산등성이들

두텁게 온 몸을 싸고 왔는데

이렇게 날씨가 따듯할 줄이야

 

어느 시인이

덕유산의 산줄기가

할아버지 두루막 옷고름 닮았다고 했었는데

난 눈 덮인 산줄기를 만날때마다 그생각이 난다.

 

봄을 몰고 올것 같은 하늘

푸르고 푸르다

강물 같이 푸르러서 하늘을 따라 끝없이 걷고 싶다

산능선을 따라 난 외길을 따라

강물같이 흐르고 싶은 날이다.

 

하늘에게

눈이 시려서 오래쳐다보지 못 할 것 같은 하늘에게

이른 봄인사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