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함백산-그냥 지나가는 때가 있어야 다시 이곳을 오게 되리라

kyeong~ 2012. 1. 17. 15:24

새벽 다섯 시 반

집에서 울리던 알람이

고한古汗이라는 낯선 곳의 숙소에서 울렸다

주인장의 후한 인심처럼 뜨거운 방바닥에

가오리처럼 퍼져서 잠을 자다가

알람 소리에 머릿속은 함백산으로 가는 길을 그려야 했다

700미터라는 고지의 마을은 차에 시동을 걸고

성에를 제거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만항재에 오르자 이미 해는 오르기 시작했고

바람과 한파, 겨울의 최저점이다.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더러는 장엄한 광경을 그냥 스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이 있어야 이곳을 다시 오리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숲 속을 찾았다. 아무도 없는 고요의 새벽

해는 숲 밖에서 걸었다

나무를 툭툭 치며 오르는 태양

나는 함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아 뚜벅뚜벅 걸었다.

 

겨우내 내리는 눈은 길을 묻어버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온천지에 얼어붙은 눈

동토에 외로운 짐승 한 마리 멍청하게 길을 내며 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것은 쉼 없이 길을 묻어버리는 일을 하고

나는 또 살아있는 동안 길을 내며 살고 있다.

시간은 원하는 곳으로 이르게 하는데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 태양을 향해 우두커니 서 있는 돌탑을 만났다.

더는 오를 수 없는 정상이다.

굽이굽이 밀려오는 산하

파도소리를 닮은 바람 소리에 잠시 모자를 벗고 귀를 열었다.

오장육부를 지나는 바람 소리, 찌든 오물을 다 걷어가는 듯하는 소리

산의 오장육부를 거슬러 온 바람 소리는

댓잎에 베이는 것처럼 깃이지만 천 년의 향기처럼 벅차다.

입이 얼어 아무 말을 할 수 없을 때

귀를 열어

태양과 산, 그리고 바람의 말에 내 영혼을 내어 주고 싶었던 그날

함백산의 꼭대기에서 맞이한 영하의 아침을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梁該憬

2012.1.12. 목요일. 함백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