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지리산-아득히 먼 곳, 참 산봉우기가 많기도 하다

kyeong~ 2012. 6. 13. 22:46

 

 

 

 

 

묘향대에서

 

숨어 있는 길을 따라

암자에 이르니

웃고 있는 망초 꽃이 

납자를 닮았네

 

밝은 햇살 한가운데

수행하는 묘향대

발길 들여놓기 민망하여

골짜기를 향해 눈빛을 내려놓자니

아득히 먼 곳

참 산봉우리가 많기도 하다

 

내 몸에 이는

바람 소리, 풍경 소리

아무것도 모를 때

보이는 것마다 길이었지만

무심함이 저 산골짜기처럼 깊어 갈 때

납자, 자꾸 길을 지우며 떠나가시네.

 

 

梁該憬

2012.6.10. 지리산 묘향대에서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언제나 숨가쁜 일이다

정상을 향해 오르고

우린 다시 내려 갈 것임을 안다

내려가는 일은 오르는 일보다

언제나 수월한 일인것도 알고 있다

 

반야봉만 오르면 이제 내리막길이란다

숨어있는 길을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떤때는 웃음소리가 더 크고

어떤때는 묵은 나뭇잎 밟는 소리가 더크다

 

길이 었으나

오래도록 밟는 이가 없어서

길이 지워졌다

찾는이가 없어 무심해진 길은

길임을 잊어 버리고 낙엽에게

그리고 잡목에게 길을 내어 주고 말았다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를 찧고

바지가 찢어지고

발목이 물에 빠지고

길없는 곳에서 길을 찾자니

오르막보다 더 힘든 일이다

 

삶의 내리막길이 이렇게 힘들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나....어찌하나.

설마  이렇게 험난한 인생 육십 칠십이 아니길

간절히 소원하면서

지금 가진 행복에 대해

지리산 계곡을 헤매다 만났던 실비단 폭포같이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