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예리하게 돋아나는 촉수들
찔레꽃 향기로 비틀거리는 오월이
달빛을 따라 지고
오늘 이후,
열 번째 오월이 찾아왔을 때에도
찔레꽃이 쏟아져 내린 길목에
설탕처럼 녹아내린 영혼이 멈춘다면
오월의 달빛이여
젖무덤 가 부드러운 샛길에
하얀 성 하나 짓고 가소서
웃자란 오월이 비틀거리더라도.
梁該憬
지루하다.그리고 먼 길
이황량한 들판에도 어김없이 꽃이 핍니다
등짝을 훤히 내놓고
거침없이 웃고 있던 바람
산아래로 곤두박질 치던 바람이
꽃때문인지 조금은 순해진듯한 오월입니다
얌전한 바람보다
순진함을 잃어버린 악착같은 바람이 좋아서
연화봉에서 국망봉까지 걸었었지요
이바람을 받아들이고 걷는 다면
왠만한 세상살이
함께 못할것 없다는 생각도 했었고
악착같이 부는 바람 속에도
내가 갈길은 놓여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곱다. 그리고 먼 길
개꽃이 핀 길을 걸었다
오월의 대미를 장식하는 개꽃잔치
어떤이는 철쭉꽃이라 말하지만
어릴적 연정때문에 난 개꽃이라 말한다
꽃성에 갇힌 바람이랄까
꽃성에 갇힌 나는 설탕처럼 녹아 내리고 싶었다
먼 길을 가는 동안
천천히 녹아내리는 설탕처럼 걸었다
바람이 가끔 저어 주었지만
가급적 천천히 녹아내리려 노력했다
오월속으로 불순물 없이 용해되어간다
난 전생에 개꽃이 었을까.
2012.5.27.소백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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