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에 또 눈이 왔네
낼모레가 사월인데
무릎까지 눈이 왔네
고집불통인 겨울
성질을 이기지 못해 이리저리 설쳐댄다
큰 맘 먹고 끝까지 오르려 했는데
자꾸 길을 지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고집불통 겨울을 두고
어디선가 기웃거릴 봄을 찾아야지.
2012.3.25. 두타산에서
삼월은 봄이라고 늘 마음에 정해 놓는다
옷이 얇아지고 거실의 화초가 베란다로 옮겨지고
산 어느 귀퉁이쯤 꽃이 피고 있으려니....
두타산으로 갔다
가파른 길을 오르는 동안
몇 번인가 쉬었다
우리의 삶도 버거울 때마다 쉬어 갈 수 있으면
참 좋으련만 ....
오를수록 눈이 발목을 지나 무릎까지 차오른다
더 오를까. 뒤돌아설까
망설이는 사이 발은 자꾸 정상으로 치닫는다.
중간쯤 왔나 보다.
내 삶의 내 나이만큼.
두타산에 오르면 날고 싶고
가슴에 십 년 묵은 체기가 내려갈 만큼 시원한 곳
난 이곳이 참 좋다.
오를수록 겨울이 깊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에 오르면
제법 많은 눈이 차있겠지
이번 겨울 참 고집이 세다
삼월인데...이젠 봄인데...
이 아슬아슬하고 높은 곳에
성을 쌓으려고 했다
아래로 굴러내리지 못하고
정처 없이 머물고 있는 저 돌들.
딱 한 그루의 나무 옆에
딱 한 사람 서 있으면 좋겠다
나무 그림자도 딱 한 사람을 위해 채워줄 것 같다.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마다
저 나무 옆에는 꼭 서 보고 간다
그대! 내 옆에도 그렇게 서 있어 줄 텐가?
삼월의 겨울은
고집 통
심술보
성질머리
길을 내고 나면
금방 길을 지우고
난 어떻게 가라고
저 심술보때문에...난 여기서 돌아선다
낯선 산꾼 셋이서 러셀을 했다
물어보지도 않고 난 뒤를 따랐다
깊어지는 눈
걷기가 힘이 든다.
앞서 가던 산꾼들이 더는 못 가겠다는 눈치다
아쉽지만....
그렇게 삼월의 겨울을 두타산자락에 두고 돌아섰다
아련하게 올 것 같은 봄을 찾으러.
산에서 내려와 무릉계곡을 올랐다
여기는 선녀탕
풍덩 뛰어들고 싶은 곳이다.
쌍폭포
왼쪽에는 두타산에서
오른쪽에는 청옥산에서
수량이 풍부한 물줄기
오장육부까지 씻어내리는 물줄기
나는 저기서
그대는 거기서
우리 여기까지 흘러와
함께 오래오래 흘러가는 거야
용추폭포
삼단폭포이다
위로 더 올라가서 찍어야 하지만
위로 오르는 길을 막아 놓아서
여기서 무릉계곡의 발길을 돌린다.
무릉계곡에는 반석이 많고
글자를 많이 새겨 놓았다
옛날 글께나 하는 사람들이
신선놀음을 많이 한듯하다.
이렇게 계곡의 물줄기를 보면
틀림없는 봄인데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한겨울만큼이나 눈이 쌓여 있다.
청아하고 조용한 물빛
손을 뻗어 담그면
손등에 푸른 물이 베일 같다.
오랜만에 경포에 들렀다
바다가 뻥 뚫리게 보이는 곳에서 요기도 하고
아직은 한가한 모래밭을 걸어보고 싶었다
서해와는 달리 맑은 이 물빛의 물결이 좋아서 말이다.
둘이서 한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
오직 저 둘만이 남아 있는 듯한 바다
그대....나와 저렇게 바라봐 줄 텐가?
돌아오는 길은
어느 길 위에서 순간 멈추었다
가는 해를 향하여
셔터를 눌렀다.
내 인생, 나의 이 순간을 위하여
그대가 셔터를 눌러 줄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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