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을 오르다
벌레가 기어가고 있다
어디를 가는지는 모르지만
길처럼 생긴 잎을 따라
산으로 가고 있다
온종일 기다시피 했다
끝에 대한 짐작이
여러 번 빗나가면서
길처럼 생긴 바위를 따라
이 절벽에서는
보이는 것이 길이 아니라
마음 가는 곳이 길이 되는 시간
순간 벌레보다 길을 모르는 나는
엎드려 길을 찾나니
아무것도 아닌 마음을 가지고
모난 바위에 매달려 길을 찾는다
벌레의 순진함이 그리워질 때
나는 기꺼이 길을 잃으리라.
2012. 6. 10. 신불산 에베로 릿지에서
저 풀잎이 길이라고 여겨 본 적 있었는지요
가파른 절벽이 내게 길을 내어준다고 생각해 본 적 있었는지요
까마득한 절벽 앞에서
누군가 내려 놓은 긴 밧줄을 잡고 산을 오릅니다
숨이 멈출 것 같이 아득한 곳에서
누구를 위해 줄을 내려 준 적 있었는지요
발끝으로 서 있는 내게
듬직하게 내어 준 손을 잡고 거뜬히 고봉을 향하여 올랐습니다
그대와 함께라면
기꺼이 길을 잃고 싶습니다
안개가 길을 지우고
바람이 흔들고 간 절벽에 서 있더라도
그대! 마음 가는 곳이 길이 아닐런지요.
'photostory-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칠보산- 더러는 제멋대로 생긴 구름처럼 살고 싶습니다. (0) | 2012.07.30 |
---|---|
우중산행(탕춘대능선)-비를 맞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0) | 2012.07.16 |
지리산-아득히 먼 곳, 참 산봉우기가 많기도 하다 (0) | 2012.06.13 |
소백산-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0) | 2012.06.01 |
운길산 - 낮은 나무가지에 매달려 부활을 하다 (0) | 2012.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