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행
삼복에 산을 오르자니 가슴은
삼계탕에 들어 있는 찹쌀죽을 끓이는 것 같다
단내를 내며 여름을 떠받들고 있는 풀잎들
천 개의 혀를 가진 나무들이 더위를 물고 있다
아무 데나 털썩 걸터앉는 여름
아는 이름 없는 낯선 흙을 밟으며
아홉 봉우리 언제 다 넘어갈 수 있으려나
바위처럼 생각은 무디고
가슴에서는 여전히 죽이 끓고 있다
뜨거운 것뿐인 꼭대기에서
제멋대로 누워있는 구름을 본다
바람을 잡았다가 흘렸다가
바람을 손질하는 구름
가슴에 끓이던 죽을 내려놓고
구름 속으로 들어가 어느새 바람이 되었네.
梁該憬
2012. 7. 28. 칠보산에서
게을러서 산을 잊고 사는 여름
저산을
처음 보는 칠보산을
가야 할까 말까
가슴에서는 변덕이 죽 끓듯합니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막걸리나 한잔 하고 올까
일부러 알람시계도 안맞춰 놓고 심술 잠에 듭니다
올림픽 함성소리가 잠결을 파고 들어
자는지 마는지
알람보다 정확한 나의 기상시간은 칠보산으로 가는 차에 오르고
삼복 더위을 떠받히고 있는
칠보산에 오릅니다
숨을 몰아쉬느라 어찌 올랐는지 모르지만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봅니다
지멋대로 누워 있는 구름들
모양을 갖춰 있는 것도 아니건만
하늘을 보느라 칠보산을 잊을뻔 했습니다.
더러는 말입니다
다른 것에 눈이 팔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를때가 있습니다
이럴때 길을 잃으면 아마도 더 행복하겠지요.
다음에 길을 잃고 행복해하는 그날이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제멋대로 생긴 구름처럼 말입니다.
떡바위 - 1,2봉 - 집바위 - 10봉 - 칠보산정상 - 마당바위 - 각연삼거리
살구나무골 계곡 - 쌍곡폭포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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