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문학산, 청량산-이어져 맺어지다

kyeong~ 2013. 1. 21. 20:45

 

 

 

야무지게 얼어붙어 있던 얼음이 녹아내리는 길을 4시간쯤  걸었나보다

청량산 정상을 올라가다 말고 뒤돌아보니 멀리 문학산이 정겹다

함께 걷던 그녀에게 저 산길을 우리가 함께 걸어왔노라고 설명을 해주었더니

그녀는 많이 걸어온 것에 대해 스스로 기뻐했다.

 

인천 연수구에는 나즈막한 산이 두개 있다

문학산과 청량산

오르는 사람이 다르고

이름이 다르고

위치가 다르고

풍경이 다르고

살아 있는 수목이 다르다

연수구에 거주하면서 별개의 산으로 15년동안 여겨왔는데

연수구청에서 서로 다른 두 산을 하나의 길로 이어놓고 이정표를 친절하게 붙여 놓았다

 

 


함께 걸었던 그녀에 대해서 아는게 별로 없다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동료의 언니이고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창원에서 올라와  동생의 일을 도와주고 있고

이쁜 얼굴에 웃음이 없다는 것 뿐이고

가끔 산 이야기를 늘어 놓는 나에게 따라가고 싶다는 의사를 하는 정도이다.

아는 것 없는 그녀와 산이라는 소통로를 통해 5시간 가량을 같이 걸을 수 있고

걷는 동안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따듯하고 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나와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눈이 녹아 길이 온통 진흙탕이 된 길을 따라

그녀와 나도 바지에 진흙탕이 튀어 모양새가 비슷했다

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체 문학산을 거쳐 청량산 정상에 섰다

인천의 명물 인천대교가 잿빛에 묻혀 있고

송도신도시도 갯벌 같은 빛깔로 뿌옇게 물들어 있다

그리고 다시 저 멀리 우리가 걸었던 문학산을 뒤돌아 보았다

선명하게 다가오는 문학산, 뒤돌아보니 참 뿌듯하다.

 

내 인생이 걸어 길

뒤돌아보니 아득하다

선명하지 않다

아마 뿌듯하지 않아서 안개속에 밀어넣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와 뜻하지 않게 걸어온 이날이 언젠가는 또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선명하게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길이란

또 마음이란

이어지고 맺어짐의 연속이다

항상 그길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길을 갈 것이요

또 언젠가는 그녀의 마음을 지나 가겠지............

 

송도 신도시에 불빛이 생기기 시작했다

길끝에 또 길

길에 중독되어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오후에 오르기 시작한 산행 길이 벌써 불빛을 불러오고 있었다

질척거리고 눈이 섞여 있는 길,

혹여 그녀가 넘어질세라 염려를 하며 조심조심 서둘러 내려왔다.

 

2013.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