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예리하게 돋아나는 촉수들
찔레꽃 향기로 비틀거리는 오월이
달빛을 따라 지고
오늘 이후,
열 번째 오월이 찾아왔을 때에도
찔레꽃이 쏟아져 내린 길목에
설탕처럼 녹아내린 영혼이 멈춘다면
오월의 달빛이여
젖무덤 가 부드러운 샛길에
하얀 성 하나 짓고 가소서
웃자란 오월이 비틀거리더라도.
梁該憬
2007.6.2. 뒷산을 오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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