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찔래꽃 꿈

kyeong~ 2013. 4. 25. 13:38

 

 

 

 

 

찔레꽃 꿈

 

 

눈에 익을 대로 익어서

젖무덤 사이를 지나는 것 같이 편안한 길

나무계단을 지나 한 자 폭의 길을 걷자니

취한 듯 흐려지는 발걸음은 

장배기를 넘고 또 넘는 달 같다.

 

달빛이 쏟아 내는 찔레꽃밭

하얀 성에 갇혀버렸네

소매 밑 하얀 살이 설탕처럼 녹아내릴 때

줄기를 더듬고 예리하게 돋아나는 촉수들

찔레꽃 향기로 비틀거리는 오월이

달빛을 따라 지고

 

오늘 이후,

열 번째 오월이 찾아왔을 때에도

찔레꽃이 쏟아져 내린 길목에

설탕처럼 녹아내린 영혼이 멈춘다면
오월의 달빛이여

젖무덤 가 부드러운 샛길에

하얀 성 하나 짓고 가소서

웃자란 오월이 비틀거리더라도.

 

梁該憬

2007.6.2. 뒷산을 오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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