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현등사에서

kyeong~ 2013. 4. 25. 13:45

 

 

 

 

현등사에서

 

절간으로 들어서는 문간에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명함 한 장 없는 인생이고 보니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이

기억의 저편에 잠시 머물다 가는

'비'라고 말해야겠다

 

천 년 법당을 지킨 기왓장 위를 흐를 때에도

무심히 흘러내리는 비

수십 년 동안 법당 앞을 지났어도

멈춤 없이 흐르는 비와 같았다

목탁 소리, 불경 소리

비가 오는 날엔 법문이 빗소리로 들리겠지만

서성이는 영혼

나는 오늘도 누구인지도 모른 체

비처럼 잠시 머물다 가네.

 

2011.7.3.운악산 현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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