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등사에서
절간으로 들어서는 문간에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명함 한 장 없는 인생이고 보니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이
기억의 저편에 잠시 머물다 가는
'비'라고 말해야겠다
천 년 법당을 지킨 기왓장 위를 흐를 때에도
무심히 흘러내리는 비
수십 년 동안 법당 앞을 지났어도
멈춤 없이 흐르는 비와 같았다
목탁 소리, 불경 소리
비가 오는 날엔 법문이 빗소리로 들리겠지만
서성이는 영혼
나는 오늘도 누구인지도 모른 체
비처럼 잠시 머물다 가네.
2011.7.3.운악산 현등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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