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은사에서
뜨락에 앉았으니
모과 익는 냄새에
눈이 시리다
천 년을 지나온 절집에서
모과향이 베인 가을을 만났다
단풍만 흥건한 가을을 만나다가
향기 좋은 가을을 만날 줄 몰랐다
오십 번째 가을을 따라
흰머리 잡풀처럼 나풀거려
사는 게 단내가 날 것 같았는데
좋다. 참 좋다
못 생긴 나이에
모과냄새 흥건한 절집에 앉았으니
천 년의 풍경 앞에
다 주어도 좋을 내 나이.
梁該憬
2011.10.23. 미로면 천은사에서
* 天恩寺-하늘의 은혜를 입었다는 사찰로
천은 이승휴가 발해를 최초로 우리 역사로 최초로 편입한 역사서
"제왕운기"를 집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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