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람 속에서
억센 바람이 영하 18도를 흔든다
대관령이야 늘 바람투성이
덕택에 좁쌀 같은 눈이 오래 견디겠다
밟고 가는 것마다 소리가 난다
상처의 소리, 그것은 살아있는 소리
살아있는 마음으로
바람 소리보다 더 큰 상처의 소리를 듣는다
오래 견딘다는 것은
상처가 깊어지는 것
산마루에서 늙은 소나무를 보라
슬프지 않은가, 아프지 않은가
누가 '말없이 서 있는 소나무'라고 했다
그리 말하지 말라
밤마다 상처를 내며 자랐으리라
바람뿐만 아니라 밟고 가는 것마다
상처였으리라
상처를 내고 사는 삶은 그래도 살만한 삶
아프지 않고 살았다면
바람이 거칠고 눈 깊은 이곳을
걸어가지 않았으리라.
梁該憬
2013.1.27. 제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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