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다시 바람 속에서(제왕산)

kyeong~ 2013. 4. 29. 20:29

 

 

 

 

 

 

다시 바람 속에서

 

억센 바람이 영하 18도를 흔든다

대관령이야 늘 바람투성이

덕택에 좁쌀 같은 눈이 오래 견디겠다

 

밟고 가는 것마다 소리가 난다

상처의 소리, 그것은 살아있는 소리

살아있는 마음으로

바람 소리보다 더 큰 상처의 소리를 듣는다

 

오래 견딘다는 것은

상처가 깊어지는 것

산마루에서 늙은 소나무를 보라

슬프지 않은가, 아프지 않은가

 

누가 '말없이 서 있는 소나무'라고 했다

그리 말하지 말라

밤마다 상처를 내며 자랐으리라

바람뿐만 아니라 밟고 가는 것마다

상처였으리라

 

상처를 내고 사는 삶은 그래도 살만한 삶

아프지 않고 살았다면

바람이 거칠고 눈 깊은 이곳을

걸어가지 않았으리라.

 

梁該憬

2013.1.27. 제왕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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