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아닌 추억(화진포)

kyeong~ 2013. 4. 29. 20:27

 

 

 

 

 

 

 

아무것도 아닌 추억

 

오징어잡이 배가 밤마다 반짝이고

눈이 뛰어내리던 부둣가에 

명태 배 따는 풍경이 있는 곳, 거진

살다 보니 사십 년도 더 된 기억을 하고 산다

기억하면 무엇하나

살았었지만 기억하는 이름도 없고

엄지발가락에 채이던 신작로 자갈

내가 살던 집은 어디로 갔는지

얼어붙은 아스팔트 길만 웅크리고 있다

 

건빵과 찐 달걀 몇 개 든 가방을 메고

산 넘어 화진포까지 소풍을 갔었다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을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는 사이

군인들은 금구도金龜島로 멀어져 갔었다

얼굴을 알 수 없었던 군인처럼

무관심했던 추억은 어디로 밀려갔는지

어디를 둘러봐도 낯설기만 한 땅

살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기억을 하고

추억이라 말을 한다.

 

梁該憬

2013. 1. 13. 화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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