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추억
오징어잡이 배가 밤마다 반짝이고
눈이 뛰어내리던 부둣가에
명태 배 따는 풍경이 있는 곳, 거진
살다 보니 사십 년도 더 된 기억을 하고 산다
기억하면 무엇하나
살았었지만 기억하는 이름도 없고
엄지발가락에 채이던 신작로 자갈
내가 살던 집은 어디로 갔는지
얼어붙은 아스팔트 길만 웅크리고 있다
건빵과 찐 달걀 몇 개 든 가방을 메고
산 넘어 화진포까지 소풍을 갔었다
이승만 별장과 김일성 별장을 돌아다니며
보물을 찾는 사이
군인들은 금구도金龜島로 멀어져 갔었다
얼굴을 알 수 없었던 군인처럼
무관심했던 추억은 어디로 밀려갔는지
어디를 둘러봐도 낯설기만 한 땅
살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기억을 하고
추억이라 말을 한다.
梁該憬
2013. 1. 13. 화진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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