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승기천에서(연수동)

kyeong~ 2013. 4. 29. 20:35

 

 

 

 

승기천에서

 

 

버려진 물이 흐르고

여름이면 역겨운 냄새가 나는

승기천을 따라 길이 생겼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낮은 길

그 길에 봄이 온다

 

벚꽃 한 짐

개나리 한 움큼  

그리고 발등에 올라앉는 꽃

바리바리 등짐을 지고

승기천을 따라오는 봄

 

바람이 불 때마다 풍기는

썩은 냄새가 무슨 대수랴

햇살이 길바닥에 누울 때까지

가장 낮은 길에

꽃 짐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봄처럼 살아야지

작은 꽃이 피어나는 낮은 길에서

속삭이듯 꽃을 부르고

작은 잎 같은 눈을 간직해야지

그리고 봄의 체온으로 너를.

 

梁該憬

2013.4.22. 연수구 승기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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