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천에서
버려진 물이 흐르고
여름이면 역겨운 냄새가 나는
승기천을 따라 길이 생겼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낮은 길
그 길에 봄이 온다
벚꽃 한 짐
개나리 한 움큼
그리고 발등에 올라앉는 꽃
바리바리 등짐을 지고
승기천을 따라오는 봄
바람이 불 때마다 풍기는
썩은 냄새가 무슨 대수랴
햇살이 길바닥에 누울 때까지
가장 낮은 길에
꽃 짐을 나르느라 분주하다
봄처럼 살아야지
작은 꽃이 피어나는 낮은 길에서
속삭이듯 꽃을 부르고
작은 잎 같은 눈을 간직해야지
그리고 봄의 체온으로 너를.
梁該憬
2013.4.22. 연수구 승기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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