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속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하늘을 본다
깊은 숲 속에서 하늘을 본다
낮 하늘보다 밝은 백야의 숲에서
손이 닿지 않은 나무 끝을 본다
아득한 푸름이 하늘 아래 속삭이는데
너무 높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
다만, 저 푸른 시간의 이야기들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
아득한 시간에 대해 손을 내밀지 못한다
잔가지라고는 없이 미끈한 나무
저 하얀 몸 앞에서 백치가 된다
사람은 언젠가는 백치가 되지
잎 같은 혀로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떠나고
바람처럼 흔들리던 사랑이 잊히고
어느 날 추억은 하얀 종잇장이 되어버리지
자작나무 오랜 살결처럼
梁該憬
2013.6.23.원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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