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자작나무 숲 속에서(원대리)

kyeong~ 2013. 7. 29. 23:09

 

 

 

 

 

자작나무 숲 속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하늘을 본다

깊은 숲 속에서 하늘을 본다

 낮 하늘보다 밝은 백야의 숲에서

손이 닿지 않은 나무 끝을 본다

아득한 푸름이 하늘 아래 속삭이는데

너무 높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

다만, 저 푸른 시간의 이야기들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

아득한 시간에 대해 손을 내밀지 못한다

잔가지라고는 없이 미끈한 나무

저 하얀 몸 앞에서 백치가 된다

사람은 언젠가는 백치가 되지

잎 같은 혀로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떠나고

바람처럼 흔들리던 사랑이 잊히고

어느 날 추억은 하얀 종잇장이 되어버리지

자작나무 오랜 살결처럼

 

梁該憬

2013.6.23.원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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