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모자

kyeong~ 2013. 10. 15. 23:28

 

모자

 

그 여자가 쓰던 하얀 모자를 선물 받았다

낯선 손으로 옮겨진 모자에는

익숙했던 사람의 파운데이션이 묻어있다

그 여자의 색깔이 따라온 것이다

참나무 속살 같은 색깔이다

 

냄새가 난다

넓은 창을 가진 모자에는 참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평생 잃어버린 낙엽을 그리며

그 낙엽 색깔을 닮은 참나무 속 살 냄새

이것은 분명 그 여자의 살 냄새

 

어떤 철학자가 난 남자의 사주를 지녔다고 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모자 때문에 설렌 것이 아니라

참나무 속살 같은 파운데이션 냄새 때문에

이 밤이 모자 냄새를 맡느라 잠을 잊고 있다.

 

 

梁該憬

2013.9.7. 북한산에서 모자 선물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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