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날
산에 가는 날은
날씨가 추워도 좋고
비가 와도 좋다
나뭇잎이 시뻘겋게 달아올라도 좋고
가지가 바람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어도 좋다
산이 왜 좋은고 하니
절반의 삶을 향하여 끊임없이 오르는 것
산꼭대기의 바위에 앉아
운무에 잠긴 산자락을 본다
깊지 아니하여 좋다
아득히 있어도 포근한 풍경
다 드러내지 않은 저 산자락을 향하여
등산화 끈을 매는 순간부터 마음이 설렌다
어떤 이는 인생을 절반을 살았다고 말을 하지만
산에 오를 수 있는 우리는
인생의 절반은 항상 저 멀리 있는 것이다.
梁 該憬
2013.12.8.도봉산에서 오봉을 바라보며
어느새 12월입니다.
나뭇잎들이 어느새 생기를 잃고 떨어져 있습니다
12월의 겨울비가 자박자박 내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젖은 잎냄새를 맡으며
촉촉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먼지없는 길
소리내지 않고 내리는 비
주머니에 손을 넣은체 잠시 말을 멈추고 걸어봅니다.
저 잎은 언제 떨어지려는지....
높은 곳에 오르니
가지들이 바람의 등을 두드리는 겨울이 온듯합니다.
절벽에 올라
저 산아래를 내려보았을 때
안개때문에 그 깊이를 모릅니다.
그 안개때문에
인생의 절벽을 느끼지 못한체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굴곡의 깊이를 잠시 잊고 위안을 얻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봉산 주능선을 걷노라면
기묘한 바위들이 참 많습니다.
가는 비와 안개에 가려 있어서 희미하게 그 아름다움을 짐작해 봅니다.
바로 옆을 스치는 아름다운 풍경
아마도 내 곁에는 수많은 풍경이 지나갔을 겁니다
지나가는 풍경을 일일이 다 느끼지는 못했겠지만
누군가는 바라보며 지나갔겠지요
오늘 이 안개속 풍경을 만나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을 할 수는 없지만
또다른 사람들은
절묘한 풍경을 바라보며 심장이 쿵쿵 거렸을거라 여겨집니다.
깊지 아니한 저 골짜기
날카롭지 않는 암봉
안개때문에 포근한 느낌으로 바라봅니다.
우이암(牛耳岩)-542m
여기에서
참 오랫동안 산하를 바라봅니다
안개에 가린 풍경
선명하지 않는 그모습이
오늘따라 너무나 신비롭게 보입니다.
맥놓고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안개 지나가는 소리까지 듣고 싶은 시간입니다.
홀로서서 깊은 상념에 잠기고 싶은 곳입니다
내가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이세상에 왔다가는 행운이요 이유가 되는 것 같다"고
좋아서 미칠것 같은 풍경을 만나면 그런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비스런 저 오봉의 아름다움
안개의 품안에서 보일듯 말듯
기묘하면서도 우쭐하지 않은 저 모습때문에
산을 얼마나 내려가기 싫었는지요
골이 깊어보이지 않을때
사람의 마음은 더욱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지요
깊은 골짜기는
그저 멀리 바라보고 마는 그대.
내려가기 싫은 발걸음을 아래로 내 딛습니다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일 또 오르기 위해
잠시 쉬려고 내려가는 곳....
천천히 내려갑니다.
천혜의 관음성지 원통사(圓通寺)
도봉구 도봉1동546번지 도봉산 소귀바위와 보문산장 바로 아래 위치
사찰주변에는 두꺼비, 학, 독수리, 거북등 108종류의 형상을 갖춘 바위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신라 경문왕3년(863)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 고려 문종 7년 관월 운개 스님이 중창하였고
본전인 관음보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팔각지붕 건물로
불단에는 아미타여래상과 관음보살상, 지장보살상이 봉안되어있고
불화는 아미타탱화가 모셔져 있고 신중탱화 1점과 소종 1점이 있다.
원통사는 예로부터 좌우에 수락산과 삼각산을 거느리고
한강을 바라보는 도봉산의 최고 길지에 자리잡은 수행기도처로 알려져 왔다.
조선초기의 무학대사를 비롯해서 근대에는 만공 · 동산 · 춘성스님 등 선지식이 이곳에 머물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관음기도 도량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조현명, 서명균 등이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며
심신을 닦았던 곳으로 당대 유학자들 사이에 명소로 이름 높았다.
현재 경내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석굴이 있으며,
약사전 아래 큰 바위에는 태조가 기도를 마치던 날 천상의 상공(정승)이 되어
옥항상제를 배알하는 꿈을 꾸었다하여 새겼다는 《상공암(相公岩)》이라는 글씨가 있다.
그런가하면 절 뒤쪽에 있는 우이암으로 불리는 바위는
관음보살이 부처님을 향해 기도하는 형상을 하고 있어 원래는 <관음봉> 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주변의 자연 지세를 자세히 살펴보면
호랑이 · 코끼리 · 학 등 여러 동물 모습을 한 바위들이 이 바위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곳을 천혜의 관음성지라고 믿고 있다.
수천번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퇴색한 단청
수많은 바람이 두드렸을 저 기둥
새로 지어서 단장한 듯한 일주문 위의 범종각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출중한 산새에 자리잡은 원통사
언젠가 저 암자에서 눈을감고
바람소리보다 더 깊은 부처님의 마음를 듣고 싶습니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도 좋고
나뭇잎을 다 털어내고 견디는 나목도 좋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보랏빛입니다
우리가 산에 오를 수있는 한
보랏빛 삶을 살아가는 것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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