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눈 위에 바람이 그린 풍경을 본다
누워서 그린 것
나무 끝에 그린 것
길에 그린 것
어떤 그림 앞에서는
환장하겠다
꿈을 꾸면서
사랑을 하면서
길을 가면서
하물며 커피를 마시면서
바람처럼 그림을 그리며 산다
언제 지워지는지도 모르는 그림들
수없이 그린 것 위에 또 그리고
바람은 바람대로
나는 나대로 그림을 그린다
늘 바람과 통한다고.
梁該憬
2013.12.31. 한라산을 오르며
작은 아들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운동만 하던 아이에게 공부라는 새로운 도전은 여러모로 많이 힘든 것 같다
고작 몇 개월만에 스스로에게 답답함을 느끼며 짜증을 냈다
공부도 그렇고 일도 그렇듯이 급히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고자 하는 것이 상향선을 그리면 좋겠지만
수평선도 아닌 하향선을 그릴때도 있는 것이다.
그럴때 현실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야을 바라보는데는
여행이 명약이다.
작은 아들에게 여행 제의를 했다.
함께 잠을 자고
함께 걷노라면
자연스레 대화를 하게 될 것 같았고
큰 대화거리가 없더라도
여행이라는 것을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한 두가지 알려주고 싶었다.
군생활하느라 최전방에서 2년동안 산악지대를 오르내린 아이라
한라산에 오르자고 했을때
눈도 지겹고 산도 지겹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겹다는 고정관념을
'마음의 정화'라는 방법으로 바꾸어 주고 싶은 생각을 했다.
다행히 순순히 엄마와 함께 배낭을 꾸리고 따라 나섰다.
●대피소: 속밭대피소(무인), 진달래대피소(유인) ●매점 :성판악휴게소(라면 김밥 해장국 과자류 식수 아이젠등 등산장비)-아침요기하기에 좋음 진달래밭 대피소(사발면, 면장값, 식수, 비옷) ●화장실:성판악휴게소, 속밭대피소, 진달래대피소 ●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 이용, 20분에 한대, 1500원, 40분 소요 서귀포구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 이용, 성판악행 20분에 마다 한대, 1500원, 30분 소요 *성판악 입구에서 하차 ●문의 :064-725-9950
한라산을 비롯한 제주도 여행에 대한 모든 안내 064-120(관광상품, 올레길, 게스트하우스, 교통편등) |
성판악 휴게소(해발 750m)
서귀포에서 버스를 타고 30분만에 성판악 입구에 도착하니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어두컴컴 합니다.
성판악 휴게소에 들러 우동으로 요기를 하니 온몸이 따듯합니다.
김밥 두줄과 사발면을 사고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맨다음 한라산을 향하였습니다.
아직 동이 덜튼 아침 7시
일찍 당도한 산행객들을 따라 한라산행을 시작했습니다.
3일동안 눈이 내려
눈이 많이 미끄러울거라는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장 말처럼
입구부터 눈은 많았지만
영상의 기온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입부터 완만한 길을 따라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어 다행입니다.
별 말 없이 걷다보니 왼쪽편 잡목숲 사이로 해가 뜹니다.
올해의 마지막 일출과 함께 한라산을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타지에서 떠오른 태양은
아니다 여행에서 맞이하는 태양은 더 반갑고 기쁘답니다.
고요한 화이트 트리
삼나무 군락지구
혹여 눈이 부서져 내릴까
말 소리조차 숨기고 싶은 길
잠이 덜깬듯 걷고 있는 아들이
드디어 눈에 덮힌 나무를 바라보며 좋아서 미소를 시작합니다..
둘레길 정도의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라 1시간여를 오르니
속밭 대피소가 나타납니다.
겨울에는 화장실이 자주 가고 싶으므로
한라산에서는 화장실이 보일때마다 볼 일을 해결하는 것이 좋겠지요.
속밭 대피소에서 40여분 쯤 오르면 사라오름 안내편이 보입니다.
왕복 1.2km, 시간은 약 40분이 소요되며
경사는 조금 급한 편입니다..
성판악으로 원점회기 하는 사람은 하산길에 들러도 좋아요
하산길에 들리기로 마음 먹고 사라 오름 봉우리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한라산 정상이라도 만난것처럼 벌써부터 가슴이 요동을 칩니다.
진달래 대피소(해발 1500m)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걸 그랬습니다.
식수를 비롯한 컵라면 어묵꼬치등 요기를 하기에 충분한 것을 팔고 있습니다.
성판악 휴게소에서 3시간 거리
동절기에는 12이후부터는 출입이 통제되는 곳입니다
오전 8시를 전후하여 출발한다면 사라오름을 들리고도
진달래 대피소까지 12까지 도착하는 것은 무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도 비교적 경사가 완만하고 왠만한 산행 경험만 있다면 무리없이 산행할 수 있습니다.
한라산 정상까지 사라오름을 포함하여 왕복 20킬로 정도 되므로 약간의 지구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라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람의 천국
1950미터가 아니라 2950미터라도
걷는 동안 설국의 풍광앞에 힘든지 모르겠습니다.
아들이 군생활하면서 보았던 최전방의 설경은 쨉도 안된다고 합니다.
핸드폰으로 셀카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친구들에게 연신 자랑질을 날리느라 바쁘네요.
.
.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는 아름다운 설경을 바라보며
좋다!
좋다!
이 말 외에는 생각나는 단어가 없습니다.
말이 필요하랴
가슴으로 전해지는 바람의 풍경이 마음속으로 한없이 파고 드는데....
이안에 아들이랑 들어앉아도 보았습니다.
눈으로 만든 보금자리 같았지요
따듯한 물한모금도 마시구요
멀지 않은 봉우리
설국의 봉우리를 향하여 오르는 일이 기뻐서
눈오는 날의 강아지처럼 뛰고 싶더라구요
작정을 하고 온 것도 아니요
기대하고 온 것도 아니요
보여주는대로 감사히 얻으리라 무심히 오른 이길이
다시금 기쁨과 행복이 요동을 칩니다.
저 산꼭데기에서 이는 바람처럼
내 가슴도 요동을 칩니다.
이럴때
사는게 뭐 별건가요
이 아름다운 풍광앞에서 가슴이 뛰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지요
오르던 길을 잠시 쉬면서
오르던 길을 돌아다 보았습니다.
제주도 동쪽을 향하여
여기서 부터 바람이 기를 셉니다
서있기 힘들정도로...
길을 벗어나 눈구덩이에라도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깊이입니다
삼일동안 통제 되었다가 오늘 겨우 통제가 풀렸다니 조심해야겠어요.
비교적 오르기 쉬웠던 길은 끝나고
경사가 가파르고 바람이 셉니다.
볼을 때리는 바람의 세례를 받아가며
경이로운 경관을 맞이합니다.
아들과 같이 온것이 다행입니다..
혼자 왔으면 바람때문에 잠시 힘들뻔했어요.
바람의 작품
수없는 시간동안 그렸을 바람의 작품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이리저리 요동을 치면서
이러저리 미치가면서
숨이나 쉬면서 만들었는지
보는 것만으로 숨이 멈출 지경인데......
저 아름다운 작품앞에
손대지 말라
말도 하지 말라
신들린 것처럼 요동을 치는 바람이여
내게도 마구 그려 보시라
볼과 가슴과 손가락과 그리고 내 흐르는 혈액에
바람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보시라
하마트면 저기 빠져들뻔했습니다.
무심코 걸어가려 했었죠
다행히 아들이 잡는 바람에 멈추었습니다..
내가 바람이오
나도 바람이란 말이오..
저 바람에 눕고 싶다오.
정상 대피소
드디어 1950m
성판악에서 오르면 한라산 동봉에 이른다.
백록담
제주도 한라산의 정상에 있는 화구호(火口湖)
동서길이 약 600m, 남서길이 약 500m 이르며 거의 사계절 내내 물이 고여 있다.
저 거대한 수조가 눈으로 덮여 있다.
백록담의 물은 아래로 흐리지 않고 복류한다.
여기서 잠깐
한라산 백록담과 백두산 천지의 비교
둘레 | 깊이 | 생성원인 | |
백두산 천지(2744m) | 14.4 km | 평균 213.3m | 화산활동 |
한라산 백록담(1950m) | 3km | 약 108m | 화산활동 |
관음사로 향하는 길
당초 계획은 관음사쪽이나 영실쪽으로 하산하려고 했지만
폭설로 인해 통제를 하고 있어서
저길은 꼭 다음에 다시오라는 손짓처럼 느끼고 다음을 약속했다.
아쉽지만 돌아섭니다.
왔던 길
금방 익숙해진 저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하산길 9.6km
머리의 모든 촉수와
가슴의 모든 피를 열어 느끼며 걸어갈 것입니다.
현란했던 바람의 손길
저 손길이 때문에
한라산은 열두폭이 아니라 108폭의 기쁨을 안고 내려갑니다.
오를때 보지 못했던 그림들
내려가는 길에 새로이 보입니다.
한번보고 두번보고 볼때마다 새로이 등장하는 풍경입니다
자연의 오묘한 변화는 질리지않고 영원히 간직하고 싶게 합니다.
한라산을 오를 수 있는 날까지
내가슴은 늘 붉은 깃발이 펄럭일 것입니다.
정하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다
어느날 문득
이곳에서 붉은 깃발을 향하여 손을 흔들 나자신을 상상해 봅니다.
이런 길이라면 왕복 20킬로미터가 아니라
영원히 걸어도 좋을것 같은 길입니다.
내려가다 말고 다시 또 돌아봅니다.
아무리 봐도 내안의 그대 같은 한라산
한라산을 오를때 들리지 못했던 사라오름길
한라산 정상까지 혹여 힘이 들어 못오를까 염려되어
힘을 비축하는 차원으로 남겨두고 갔던 곳입니다.
펄펄 날것 같은 환희을 안겨준 백록담때문에
사라오름길은 그냥 얻어지는 것처럼 올랐습니다.
사슴뿔같은 나뭇가지 터널 사이로 가볍게 오릅니다.
사라오름입니다.
물이 고여있지 않아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갑니다.
여기도 역시 바람이 앉았다 내렸다가...
좀더 섬세한 바람의 흔적을 봅니다.
사라오름에서 경이로운 한라산 정상을 다시 바라봅니다
함께한 아들이 오르지 않고 그냥 갔으면 후회할번 했다고 합니다.
아들이 이제 산의 매력을 알아가는 듯합니다
다음에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는 말도 합니다.
제주도 서쪽을 바라봅니다.
오름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입니다.
낮은 곳의 오름이라 눈은 안보이네요
사라오름 대피소
사라오름을 지나다가 아쉬운듯 뒤돌아보는 아들
이번 여행에서 엄마의 든든한 보호자 역활을 잘 해주어서
얼마나 뿌듯한지...
성판악에서 속밭 대피소까지
굴거리 나무 군락지가 있습니다.
눈속에서 자라는 넓은 잎 굴거리 나무가 겨울을 더욱 싱싱하게 느끼게 합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우리의 유산, '한라산'
성판악 원점회귀 오후 3시 하산 완료
아들과 가진 고귀한 시간
항상 철없는 아이처럼 느꼈는데
길을 나서니 불쑥커있는 것을 느끼겠습니다.
편한것을 버리고
대중교통과 불편한 숙박시설을 이용하며 여행을 했지만
아들은 그것에 만족했고
또 앞으로도 그런 여행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동전 몇닢으로 여행을 했던 지난 이야기도 들려주었습니다.
부모가 물려준 것으로 쉬운 것만 가르쳐 준다면
아들은 쉬운 것에 익숙해지기 마련이지요
누구나 알고 있는 제주도
와보지 않았던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은 땅이지만
여행 방법의 다양성을 알게 해주었고
지금 하고 있는 아들의 공부에 대해서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각도를 달리 해보라는 충고를 해줄수 있는 보람된 여행을 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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