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대에서
어둠 사이로 산에 오르니 참으로 좋다
이 산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가파른 것인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바람이 좀 거칠다 싶은 벼랑 위에서
새벽과 아침 사이를 뚫고 나올 해를 기다렸다
동풍의 힘
온몸이 따듯한 해를 기다렸다
눈썹과 눈썹 사이
네 눈동자를 닮은 해
무작정의 기다림 끝에 해를 만나서 참 좋다
어둠을 지나온 해는
네 따듯한 눈동자를 닮아서 참 좋다.
梁該憬
2013.10.27. 북설악 신선대 일출
2013.10.26.밤 11시 20분 사당동 출발
2013.10.27.새벽5시 화암사에서 산행시작
2013.10.27.새벽7시 신선대에서 일출
산행코스
화암사(새벽5시)-수바위-신선대(일출)-선인재-통천문-상봉-화암재-신선봉-
대간령(큰새이령)-마장터-소간령-박달나무쉼터(오후 3:30)
북 설 악
화암사에 5시에 출발하여 신선대에 오르는 내내
바람이 심하게 불어옵니다.
이제 겨울이 오려는 것인지
제법 으시시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듭니다.
어둠에 묻혀서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그 바랑은 어쩌면 해를 쏘아올리는 긴 호흡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친 바람이 부는 벼랑 위에서 1시간여를 기다리자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합니다..
오메가 일출은 아니었지만
언제나 가슴 설레이게 하는 일출
동풍이 해를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일출을 보겠다고 멀리 서울에서 밤을 새워 달려온 사람들
여명에 휩싸인 울산바위도 일품입니다.
거대한 무대처럼 버티고 있던 울산바위가 이제사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디서 보아도 멋진 근육질의 울산바위
설악의 중심이죠
푸른 물이 일렁거릴 동해바다가 이른 새벽이라 잘 안보이네요
신선대
넓은 바위에 물이 마르지 않고 고여 있습니다
여름에는 개구리도 산다고 하지요.
이제 원하던 해를 만났으니 다른 곳으로 향해 걸어갑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수바위가 저 멀리 보입니다.
수암(秀巖) - 수바위 화암사 남쪽 3백미터 지점에 우뚝 솟은 왕관모양의 바위는 모양이 워낙 빼어나 빼어날 수(秀)자를 써서 수암(秀巖)이라 불린다. 진표율사를 비롯한 역대 고승들이 이 바위 위에서 좌선수도 했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스님, 신도들이 찾는 기도처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화암사는 민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스님들이 시주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날 이 절에서 수행에 전념하고 있던 두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동시에 나타났다. 백발노인은 수바위에 있는 조그만 구멍을 알려주면서 끼니 때마다 그 구멍에 지팡이를 대고 세 번을 흔들라고 했더니 두 사람 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 그 뒤 두 스님은 식량 걱정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후 한 객승이 이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내어 쌀구멍에 지팡이를 대고 수없이 흔드는 바람에 쌀보시는 끊어졌다. 화암사가 벼 화(禾)자에 바위 암(巖)자를 쓰게 된 것도 이 전설에 연유한다는 이야기이다. 수바위는 아들을 점지 해 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신혼부부들의 중요한 참배 처이기도 하다. 이제 저기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서 갑니다 가운데 봉우리가 상봉, 맨뒤에 신선봉이 보입니다. 선인재 바위 상봉으로 가는 길목에 이렇게 화려한 색깔의 단풍들이 길마중을 나왔습니다. 늦가을 지지않고 기다려준 저 단풍들이 얼마나 고맙고 이쁘던지. 설악산의 묘미는 저런 암능이지요 미시령 옛길이 보입니다. 걷다가 다시뒤 돌아보며 울산바위의 산그리메...
세상에나 이 높은 곳에
작은 샘물이 흐릅니다.
여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른다면 얼마나 반가울까요
1289m 상봉
사람의 발길이 흔히 닫지 않는 곳이라
좀 거친 길이지만
누군가에 의해 저렇게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백두대간 산행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기원과도 같은 돌탑입니다.
바위사이로 속초시내를 바라봅니다.
스모그가 있어서 시퍼런 물결은 보이지 않네요
아무도 오르지 않은 듯한 오지의 절벽
앗! 진달래
계절을 도망쳐 나왔습니다.
이탈...그거 참 짜릿한데
그게 참 외로운것이기도 하지요
상봉 뒤로 보이는 울산바위
상봉을 지나오면서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길이 좀 멀고 힘들어 다시 또 한번 올 수있다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합니다.
설악산 신선봉(神仙峰, 1204m)
신선봉 아래 큰바위에서 바라보는 설악의 줄기들
신선봉 아래 큰바위에서
속초를 내려다 봅니다.
대간령(새이령 옛길)
대간령의 안내판
낙엽이 지나가는 길
우리도 지나갑니다.
우리의 모습이 저렇게 빛깔 좋은 낙엽과 같다면....
낙엽송 길
갑자기 향긋한 솔바람이 불어옵니다.
이번 북설악의 길은
종합선물셋트같은 길입니다
일출과 오목조목한 바위능선과
자지러지게 붉은 단풍과
이렇게 가슴 상쾌한 낙엽송길...그리고 그 길 끝에서 만나는 억새밭.
이보다 더 즐거운 길이 또 있을가요
산 길 끝에서 만나는 억새밭
용대리 박달나무 쉼터에 있는 억새밭
산행 끝에서 축하의 몸짓으로 맞이하는 깃발
가을 꼬리털 억새
참 반갑더라구요
장장 10시간의 긴 산행
그렇지만 아름다운 산능선과
돌아볼때마다 우람하게 서있는 울산바위의 모습과
하산길의 아름다운 단풍길 , 낙엽송길, 억새밭길....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만나고 온듯한 날입니다.
'photostory-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라산, 바람의 천국을 가다 (0) | 2014.01.02 |
---|---|
도봉산-산을 오를 수 있는 우리는 인생의 절반이 저 멀리 있는 것이다 (0) | 2013.12.10 |
2013.10.5-6. 영남 알프스의 신불평전에 가다. (0) | 2013.10.12 |
미인봉-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스치는 바람때문에 산에 오른다. (0) | 2013.09.25 |
의상봉-그렇게 오르고도 길을 모르겠다 (0) | 2013.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