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13.10.5-6. 영남 알프스의 신불평전에 가다.

kyeong~ 2013. 10. 12. 00:00

 

 

 

2013.10.5.토. 밤 11시 서울 사당역 출발

2013.10.6.일-새벽5시 등억온천지구-신불공룡능선-신불산-신불평전-청수좌골-파래소교(오후1시)

 

 

 

 

새벽부터 비가 내려서 산행내내 그치지 않는 비...

기대했던 은빛 억새물결도 없었고

그저 이 산길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젖어 있는 산

그 속을 비처럼 걸었다.

언제 이 먼 곳까지 또다시 올 수 있을까

멀리까지 큰 맘 먹고 와서 안개와 비만 기억하고 돌아가는 신불산행이 되었다.

하늘은 내게 신불억새축제를 다시 선물 해줄까

그날을 기대해봐야지

 

 

 

 

 

 신불 공룡 능선

비속에

아니

무시무시한 저 세상속에 같다

누워있는 저 바위들

아찔한 길이다.

미끄럽고

확보되지 않는 시야

안전하게 이 길을 걸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빌며 조심조심 걸었다.

새벽녘 비때문에 길이 어두침침 했다.

위에서 굴러오는 작은 돌에 맞아 검게 변한 내 손톱 말고는

별일없이 산행을 잘 끝마쳤다.

 

모두들 비에 지쳤는지 걷는내내 말이 없다

비때문에 들을 수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높은 고지에 돌이 아래로 굴러가지 않고 저렇게나 많이 있었을까

억새만큼은 아니더라도

산꼭데기에 돌멩이들이 많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차곡차곡 흐트러짐없이 쌓아올린 정성도 대단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 뒹구는데로

아니면 아래로 굴러가는데로...

그냥 두면 안될까

 

산행에서 늘 느끼는 것

돌멩이만 보면 쌓아올리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람들

대 자연의 구성물들은 어느것 하나 인위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해발 천고지가 넘는 신불산이다

비 속을

어둠을 뚫고

간신히 이 천고지에 우뚝선 신불산 표지석을 만나니

울컥 슬프다.

내가 왜....

여기를 이토록 기를 쓰고 왔었는지

사람 사는 일이 기대했던 만큼 이루어질리야 없지만

이 말없는 표지석에서

다시 비속을 뚫고 돌아가야한다.

비맞는 일까지 행복할리야 없지 않은가

약간의 두통이 생겨서 ....

돌아가야 할 일이 막막했다.

마음을 비우고 걷다보면

종점이 있겠지.

 

 

 

 축제를 주인공 억새들이

모두 누워있다

억새가 제대로 피지도 않은 듯 하고

이래저래 기대에 기대를 하고 온....

영남알프스는

기약할수 없는 훗날로 미련을 남기고

신불평전에서 하산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