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숨은벽-이 산을 오르며 맺은 인연은 얼마나 될까

kyeong~ 2013. 9. 8. 20:21

 

 

 

 

모자

 

그 여자가 쓰던 하얀 모자를 선물 받았다

낯선 손으로 옮겨진 모자에는

익숙했던 사람의 파운데이션이 묻어있다

그 여자의 색깔이 따라온 것이다

참나무 속살 같은 색깔이다

 

냄새가 난다

넓은 창을 가진 모자에는 참나무 냄새가 가득하다

평생 잃어버린 낙엽을 그리며

그 낙엽 색깔을 닮은 참나무 속 살 냄새

이것은 분명 그 여자의 살 냄새

 

어떤 철학자가 난 남자의 사주를 지녔다고 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모자 때문에 설렌 것이 아니라

참나무 속살 같은 파운데이션 냄새 때문에

이 밤이 모자 냄새를 맡느라 잠을 잊고 있다.

 

 

梁該憬

2013.9.7. 북한산에서 모자 선물을 받고.

 

익숙한 산에 오르는 것은

마음이 편하다

얼만치 오르면 어느 바위가 있고

어디까지 하늘이 보이고

그래서 익숙한 산에 오르는 것은

고향산에 오르는 것처럼 편안한 것이다.

 

벗들과 웃고 조잘거리고

산중턱에서 물이 목줄기를 타고 내릴때에는

이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어딨으랴

산에 오른다는 것은

작은 것에 행복하고

누굴 보아도 반가운 마음이다

그렇게 산에 오르며 맺은 인연이 얼마나 될까

 

그 인연의 한가운데서

고마움 반

걱정이 반이다.

늘 소중한 마음을 얻으며 살아가는데

나는...

주는 것이 참으로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