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계방산-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겨울비가 온다

kyeong~ 2014. 1. 26. 23:13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산에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비가 내린다.

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겨울비가 내린다

마음은 이미 산을 오르고 있는데

망설이면 무엇하나

 

높이 올라가면 눈으로 바뀌겠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만 보면 좋아서 무작정 오르는 길

길을 나설 때, 비가 오면 오르지 말라던

남편의 말을 까마득히 잊었다

그 사람은 산을 모르니까

 

마침내 눈이 내린다

2,000원짜리 비닐 옷을 벗어 던지고

눈길을 걷는다

여기저기서 손짓하는 눈의 정령들

정령과 교감하는 사이

세상을 잊고 몽환으로 접어들었다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눈과 비에도 하염없이 아름다운 나무, 나무들

그런데 나는 눈을 맞으면 아랫도리까지 젖는다

산에서 내려와 옷을 말리며

또다시 산을 꿈꾼다

정령의 숲에서 잠들기 위하여.

 

梁該憬

2014.1.25.진눈깨비 오던 날 계방산에서.

 

 

 

 

 

 

 

계방산(1577m)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관리소: 033-330-2771

♣ 해발 1,577m의 계방산은 태백산맥의 한줄기로 동쪽으로 오대산을 바라보고 우뚝 서 있으며,

            한라, 지리, 설악, 덕유산에 이은 남한 제 5위봉이다.

 

계방산 서쪽에는 남한에서 자동차가 넘는 고개로서는 꽤나 높은 운두령(해발 1,089m)이 있으며,

북쪽에는 수미상의 반달곰이 서식한다는 깊은 골짜기 을수골이 있고,

남쪽에는 몸에 좋다는 방아다리 약수와 신약수 등 약수가 두 곳이나 있다. 계방산은 각종 약초와 야생화가 자생하는 곳으로,

 특히 산삼이 유명하여 사철 심마니들이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산에는 회귀목인 주목,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곳으로 산세가 설악산 대청봉과 비슷하며,

이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환경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이다.

 

계방산은 겨울철에만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이 이른 3월 초순까지 이어져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다 어지간한 산 높이에 해당되는 해발 1,089m의 운두령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488m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산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데

북쪽으로 설악산, 점봉산, 동쪽으로 오대산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 회기산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산행일자  :2014.1.25.토,  *날씨:하루종일 진눈깨비(영상6도)

*산행코스  :운두령-1492봉-계방산 정상(1577m)-주목군락지-노동계곡-야영장-이승복생가터-아랫삼거리

*산행시간  :am 10시-pm3시 30분 하산완료

 

 

 

 

 

 

 

비가 내려서 눈꽃은 다 떨어지고

몽환의 숲처럼 아득합니다.

 

높이 오르다 보면 혹여 비대신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올라갑니다.

 

봄철 가지 끝에 하얗게 피었던 배꽃이 생각납니다.

 

점점 더 하얗게 변하는 세상

눈을 향한 기대치 확률이 높이지기 시작합니다.

 

산행의 백미는 역시 겨울 산행입니다.

사이다맛처럼 시원한 바람과

순백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1492봉 전망대

1시간여쯤 오르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진눈깨비가 내려서 시야확보가 어려웠습니다.

여기에서 보이는 장쾌한 풍경을 기대했는데

신은 한번에 모든 것을 허락하지 않는듯합니다.

 

 

눈의 정령들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숲 속에서 온갖 눈의 혼령들이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세상밖 모든 것을 잊고 정령들과 교감하는 기분이 듭니다.

 

 

눈과 비

산과 사람

세상밖과 몽환의 숲...

어떤 경계에서 순간 나를 잊어 봅니다.

 

 

계방산 정상(1577m)

새털처럼 가벼운 구름도 쉬어가는 운두령 고개에서

여기 정상까지 오는 동안

구름의 마음을 알겠더라구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으로 가는 길은 구름과 같이 흘러가는 길

많은 사람으로 인해

넋놓고 산야를 바라볼 기회는 갖지 못했지만

쉬어가는 구름처럼 잠시 머물다 산아래로 내려갑니다.

 

 

둘러보면 온 산하가 모두 하얗고 또 하얗습니다.

이 하얀 빛또한 영원하지 않겠지만

다시 계방산에 오르기전까지는

새하얀 계방산을 기억하리라...

 

북쪽으로 뻗은 가지에는

눈꽃이 더 큽니다.

 

여기저기 주목이 보입니다.

 

 

눈의 나라로 들어갑니다.

비가 오는 줄 알고 올라왔더니

눈이 내립니다.

순간의 선택이 오늘 하루를 기쁘게 합니다.

아니왔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하산길로 접어들자마자

주목나무 군락지를 만납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긴 세월을 살아가는 나무답게 단단한 나무결

바람에도 휘어지지 않습니다.

 

 

 

 

 

가파른 길을 따라

주목나무 군락을 지나갑니다.

 

 

낙엽송 군락지 입니다.

가을에 이길을 걷는다면

노란비가 내려서 좋을 것 같습니다.

비가 자작 내리는 날

이 낙엽송 냄새 맡아 보았는가요

천년의 향기가 가슴의 어떤 것이라도 치유하는 힘을....

 

지난 가을의 잎이 아직도 나뭇가지에 머물러 있네요

순백의 계곡에 심심치 않게 색깔을 넣어 줍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저 물길을 따라 사뿐히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 느껴봅니다.

 

산행 끝에서 만나는 이승복 생가(生家)입니다.

이 첩첩산중의 집...

저 집만 홀로 남았네요.

그는 말이 없는데 역사는 말(?)이없고

세월은 유유히 흘러갑니다.

 

.

.

.

 

이렇게 옷 젖는 줄도 모르고

산을 따라 걸었습니다.

언젠나 여행처럼 즐기는 산행

 기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비때문에 렌즈가 뿌옇게 흐렸지만

소중한 사진을 저장합니다.

2014.1.25.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