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모르는 곳에서
낯선 이와 길을 간다
안개는 세상의 여백마다 빽빽이 들어서
풍경과 길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이정표는 모르는 사람처럼 스친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어디쯤이 반이고
어디쯤이 정상인지 낯선 이에게 물어보지만
그건 그 사람의 길이고
그 사람의 정상일 뿐
길이 있다고 하여 그 길만 가겠는가
길을 모른다고 하여 그 자리에 서 있겠는가
빽빽한 안갯속에도
미친 바람 속에도
그냥 걸어가라
내가 가고 있는 곳이 무조건 길이 되리라.
梁該憬
2014.2.2.호봉산-계양산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개속에서 걸었습니다.
안개는 동서남북 방향을 지우고
안개는 길을 지우고
안개는 풍경을 지우고...
그래도 내가 서있는 곳이 언제나 길입니다.
나무늘 하늘을 향하여 길을 찾고..
나는 꿈을 향하여
안개속을 헤치며 길을 찾습니다.
길을 만나
길을 얻는 동안
세상은 전설을 만들고 구전을 통하여 이땅의 이유를 만들기도 합니다.
안개속 풍경을 만나
아득히 두고 온 세상을 잊고
모태속에 갇힌듯 가끔 쉬어갑니다.
산 넘어 또 산...
몇 개의 산을 넘고
몇번의 굽이를 넘어서 우린 이자리에 왔을까요.
이정표가 있어도
어디 뜻대로 걸어가게 되던가요
그저 남처럼 서있는 이정표 입니다.
몇 사람의 소원이 모여서 저렇게 탑을 이루었는지
저 돌들의 소원처럼
그들은 갈 길을 찾아 잘 가고 있을런지요
탄탄대로를 걸어가고 있길 모르는 그대에게 기원합니다.
어디에서 어디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 길....
누군가 저길을 걸어가겠고
어느 산
어느 길에서는
안개를 만나 나처럼 길을 찾겠지요.
여기가 정상이랍니다.
안개속에서 늘 보이던 철탑이 없으니
꼭 다른세상위에 서있는 느낌이 듭니다.
안다고 하여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요
이곳에 몇번을 왔었지만
이렇게 안개 가득한 날은 처음입니다.
계양산을 내려와 다시 한번 하늘을 봅니다.
하늘을 보았는데 산이 찍혔네요
하늘아래 산이 있고
산아래 내가 있고
나의 발 아래 길이 있어서 늘 걸어갑니다.
산행일자: 2014. 2. 2. 일요일, 날씨: 하루종일 안개 산행시간:am 9:30 ~ pm 3:30 산행코스:백운역2번 출구-부평도서관정문-호봉산-원적산-중구봉-천마산-계양산(인천대간 반종주) 산행거리:17km(인천대간종주는 34km)
|
'photostory-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백산-눈이 거처하던 곳마다 선한 볕이 파고들어 쌓인 눈이 성성하다 (0) | 2014.02.25 |
---|---|
병풍산-십년이면 산에 길들여질만도 한데 유배지에 온 것처럼 낯설다 (0) | 2014.02.19 |
계방산-눈이 왔으면 좋겠는데 겨울비가 온다 (0) | 2014.01.26 |
한라산, 바람의 천국을 가다 (0) | 2014.01.02 |
도봉산-산을 오를 수 있는 우리는 인생의 절반이 저 멀리 있는 것이다 (0) | 2013.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