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기의 사색
어제 남녘의 들길에서
버들강아지 바람에 살랑이는 것을 보았는데
꼭 하루 만에 온 천하가 눈뿐인 세상에 놓여있네
마음이 무수하여 봄으로 갔었다가
다시 겨울로 왔네
바람도 내 마음인가
눈꽃을 털어내고
봄볕에 마음을 내밀었는지
온종일 걸어도 인사도 없는 바람
눈이 거처하던 곳마다
선한 볕이 파고들어 쌓인 눈이 성성하다
이번 계절에도 마찬가지
한겨울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발끝에는 겨울
목덜미는 봄
갈림길에서 기웃거리는 마음같이
마음은 문수봉 산 머리의 하늘 같은데
오늘은 천령을 넘어가는 구름이 없네.
梁該憬
2014.2.23. 태백산에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태백산 주목을 볼때마다 이말만 생각납니다
비틀어진 몸에 기브스를 하고도
푸르게 겨울을 지나갑니다.
멀리서 함백산 정상이 보입니다.
긴 능선을 따라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면 좋은 산입니다.
살아온 세월을 온몸으로 말하는 주목입니다.
만약 사람이 천년을 살아간다면
어떠한 모습이 되어 있을지요
사람의 마음이 각각이듯이
나무의 느낌도 각각입니다
어떻게 생긴 나무가 본인과 닮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태백산 천재단을 바라봅니다.
겨울에 이길을 걸을때마다 휘청거릴정도로 바람많은 곳인데
오늘은 바람이 마실을 갔네요
태백산이 참 순하게 느껴집니다.
푸른 주목나무옆에서 아득히 먼 함백산을 바라다 봅니다.
한번쯤 가본 산이 바라다 보일때
좀더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고 싶답니다.
그산의 느낌을 아니까요
죽은 나무와 살아있는 나무가 함께 풍경을 만들었습니다
자연이므로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경계가 없고
함께 어울려 풍경을 만듭니다.
한쪽으로 가지를 내밀었네요
가지를 내민쪽이 남쪽이라지요
저도 따듯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싶답니다.
태양을 향해 손짓하는 저 손...
봄을 부르고 있는지도...
장군봉입니다.
거대한 짐승이 누워있는 것같은 태백의 줄기들
아득히 멀어져가는 저끝을 향하여
또 한번 멀건히 서서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마음이 울컥 빠져들기도 합니다.
문수봉 산머리가 고요합니다
그곳을 향하는 구름조차없는 시간입니다.
왠지 아무도 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 서면
세상에는 산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산넘어 산
또 산넘어 산...
산을 끝까지 넘어서 다시 이자리에 돌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이세상에 바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칙한 생각요.
하도 맘에 드는 풍경이라
조금 땡겨서 다시 찍어 봅니다.
제법 큰 나무였었는데
바람이 그랬는지
벼락이 그랬는지....
상반신을 잃었네요
그래도 ...난 그앞에서 한장 찍어봅니다.
온전한 것만 풍경인가요.
반토막 같은 내인생도 그림이 되고 싶듯이
반토막 저 나무도 풍경입니다.
더이상 다가서지 말라
출입금지..
그래서 더이상 다가서지 못하고 눈길만 보냅니다.
또 문수봉을 향하여
우리들의 목표점은 저기...거기까지 가야하니까
자꾸 저쪽을 봅니다.
천제단에 오른 사람들
천제단에 오르는 사람들은 잠시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사람이 되어보는 순간입니다.
검은 영혼들이 노니는 풍경처럼...
천제단앞의 풍경들입니다.
산머리가 넓어서 많은 사람이 있고
많은 햇볕이 있고
많은 눈이 있고
그리고 많은 길이 있습니다.
우린 어디로 향했을까요.
연등이 보시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등을 스친 손길 아름다운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찰의 요사채에 고드름이 달려있지만
장작을 보니 다시 따듯한 마음이 듭니다.
.
.
.
.
.
태백산은 너무 잘 알아서 가지않을거라고 속으로 맨날 고집합니다.
그시간이면 안가본 산을 간다고...
그렇지만 아니까 더욱 그리운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나무를 기억하고
그 능선을 기억하고
천제단에서 언젠가 빌었던 소원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편한마음으로 걸어가는 태백산입니다.
아마도 난 또 다시는 안간다고 다짐하고선
그 길을 다시 걸어가고 있을 겁니다.
늘 변덕이 심한 이 마음.......
주목나무를 닮기는 이미 틀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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