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에서 달을 만나니
아득한 하늘에
달이라도 있으니
여기가 낯선 땅인지 모르겠다
하늘이나 땅, 모두 검은 곳
나뭇가지에 길을 내며 가는
달이 되었다가
홀로 달이 되었다가
나뭇가지처럼 굽은 길을 간다
어두우니 달은 느리다
어두우니 나뭇가지 굽는 줄 모르고
가끔 흔들리는 달
저러다 어둠에 묻혀버리려나
나뭇가지처럼 굽은 길에서
달이 흘리는 흔들림
아무래도 난 어둠에 홀린 것 같아.
梁該憬
2013년 3.23.
음력 이월 스무사흗날, 월출산에서 달을 만나다.
산행코스 ː 경포대-바람재-천황봉(일출)-구름다리-천황사
남녘 땅 영암까지 5시간을 달려 왔는데
세상은 분간을 할 수 없는 어둠 뿐이네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산인지도 모를 곳에서
어둠 속을 무작정 파고들었다
나뭇가지에 바람이 흐르는소리와
달이 지나는 풍경을
천황봉에 오를 때까지 벗을 삼아 걸었다
어둠 속을 걷는 것도 참 괜찮다
잡념이 적다
오랜만에 달에 대한 집착이 일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 ...
이월 스무사흗날의 월출산은
절반은 달을 향하여 서있고
천황봉의 정상에서
승천하는 태양에게 정점을 찍고 그 후,
절반은 기암괴석을 향하여 서있었다
먼길을 무심히 달려와
아찔한 풍경앞에 섰으니
이런 풍경 언제 또 만나리오
오장육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을 던져야겠다.
아마도 몇일동안은 배설물에서 돌이 몇 개 나올지도 모르겠다
잘하면 달까지도 순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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