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 두 번째
두 번째 찾아온 자작나무 숲
온몸이 자작나무가 되는 것 같다
하얗게 변한 내장사이로
너를 향한 그리움이 지나는 것이 다 보일 것 같다
하얀 속살 때문에 온몸이 근질거린다
눈이 부신 햇살이 몰리는 길을 걷자니
길은 하얗다 못해
자작나무가 벌떡 일어날 것 같다
바람이 불 때마다 퍼덕이는 이파리 사이로
새소리가 난다
새와 소통한 적 없으니
새는 여전히 이름없는 막연한 새
더는 귀를 열거나
음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들꽃을 향하여 길게 꼬리를 흔들고 있는 길처럼
꽃의 온몸에 눈과 마음을 흔드는 중이다
햇살이 하얗게 몰려오는 시간
유월의 정오에 자작나무 등줄기 같은 길에 앉아
새에게는 주지 않았던 마음을
들꽃에 정처 없이 내어주고 있다
하얀 자작나무 숲에서.
梁該憬
2014.5.25. 원대리 자작나무숲 두번째 방문
일년만에 찾아온 자작나무 숲
그대로다
방문객이 늘어났다는 것 이외에
그때 앉았던 그네
그때 앉았던 나무 의자
그때 앉았던 쉼터....
구석구석 다 아는 느낌이라 익숙하다.
사람의 마음도 두번만에 다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싱거울까..
짙지 않은 숲길을 한시간여 걷고 있자니
온갖 신경들은 푸름을 향하여 하늘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이고
내 오장육부는 하얗게 변하고
내 뱃속에는 하얀 배설물이 있을 것 같고...
그 투명함 사이로
누군가의 그리움이 지나는 것이 다 보일 것 같다.
굵은 소나기가 내리는 것 같은 저 자작나무 숲
바람이 지날때마다
까르르....나뭇잎들의 웃음소리가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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