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골목,오지투어

골목투어-제주도 두맹이 마을

kyeong~ 2014. 1. 4. 00:10

 

 

 

 

여행을 하면서

그 지방의 인심이나 지방 단체장의 손길을 보려면

낙후된 골목을 찾아 보면 알 수 있다.

골목을 가되 어떤 재미거리나 볼 거리가 있어야

여행의 의미도 함께 할 수 있다.

 

제주도 하면 섬전체가 광광특구이므로

교통편이나 마을이 잘 가꾸어져 있는 편이다.

손질 잘 된 곳만 다니다보니

눈은 자꾸 호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오랫만에 아들과 제주도행을 했으니

귀향행 비행기를 타기전까지 남아 있는 짜투리 시간을

 제주시 어느 골목

'두맹이 마을'에다 쓰기로 했다.

 

 

두맹이 마을

 

제주시 일도2동 동문로 14, 16, 18길에 걸쳐 이어진 이 ‘예술 골목’은

2009년 ‘제주시가 선정한 숨은 비경 31곳’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몇 년 전만해도 일도2동에서 가장 낙후된 골목이었다. 

시멘트와 돌담이 불균형을 이루던 갑갑한 동네가 하루아침에 ‘두맹이 골목’이 된 것은 아니다.

6년 전 한국민속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지회장 박경훈, 이하 제주 민예총)의 5개월에 걸친

 ‘아트스케이프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더불어 제주지역 대학생,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벽화 작업을 위해

쏟은 땀과 시간의 결실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대로변에 두맹이 마을안내 표지판이 반긴다.

 

 

 

 

'두맹이 마을' 안내판들이 정이 묻어난다.

돌이 많다는 제주도 사투리 ‘두무니머들’이란 말이 와음 된 이곳의 이름은 ‘두맹이 골목’이다.

40여 년을 살아온 동네 어른(?)을 통해 얻은 속명이기도 하다. 

 


 

 

인근 3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꿈을 그린 그림들을 벽화에 전시했다

통일을 기원하는 태극기가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통일'이라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내가 학교 다닐때 흔히 보았던 그림을

현 초등학생들의 그림속에서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비교적 길고 깨끗하다 싶은 담에는

타일 벽화를 가지런히 붙여 놓았다.

 

 어둡고 칙칙한 동네에

어린이들의 밝은 염원을 그려놓았다

무심해지기 쉬운 생각들을

등교길에

하교길에

친구를 부르러 가면서

언뜻언뜻 자기그림을 바라보면서

염원을 키웠으리라.

 

 

 

 

낙후된 동네를 밝게 하기 위해서 벽화마을을 만들었는데

그림을 보는 척 하다가 담을 넘는 도둑들이 있어서

이동네 창문마다 쇠창살이 생겨났다고 한다.

아픈 이야기다..

차라리 모르고 싶었던 이야기다.

 

한겨울 동네 가운데 환하게 피어있는 붉은 열매

이마을의 별빛같이 반짝인다.

 

 가족과 제주도와 한국을 사랑한다는

순진무구한 제주 어린이들의 이야기가...담겨져 있다.

아이들의 가슴에도 국가가 있다는 것이 뭉클해져 온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돼지도 있고

소라 물고기 바다....환경에서 얻어지는 작품이다.

 

타일에 들어 있는 동심

작은 화폭이지만 재밌다

 웃음, 사랑, 꿈, 불만, 희망....

솔직하게 묻어나는 그림

예전 국민학교 시절, 교실 뒷편의 '솜씨자랑'에 걸려 있던 친구들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낙후된 마을의 칙칙한 담장을 꽃과 나비로 장식했다

두맹이 마을의 벽화는 세종류로 나눌수 있다

꽃과 나비, 만화같은 어린이들 세상, 타일벽화

 

 

아련한 기억속

우리 어린시절 담장을 타고 피어오르던 나팔꽃 생각이 납니다.

 

 

‘꽃 본 나비’라는 속담이 어울린다.

벽돌로 쌓아진 담에는 향기는 없지만 밝은 꽃들이 활짝 피어있고

그림나비, 조형나비가 그 주변을 꿀 고픈 듯 날고 있다.

온동네가 꽃밭, 온동네가 나비 천국.

 

 

 

 

  

양말 그림 앞에서 너무 잼있어서

혼자 킬킬거리고 웃었다.

구멍 나서 기운 양말...정말 재밌다.

 

 

 

 

골목마다 어린이들이 몰려 나올것 같다.

'케로마'라고 부르던 놀이

지금의 제주 어린이들도 이 놀이를 즐길까

 

컴퓨터 게임이 판을 치다보니

손을 호호 불며 골목에서 노는 어린이들 모습니 사라져 갔다.

 

 

 

 

 

축구공을 안고 서있는 꼬마의 표정이 재밌다.

축구가 너무 하고 싶은 저 얼굴

 

우리 아들이 가장좋아하는 벽화이다

얼른 그 옆에 다가가는 아들

우리아들의 유년을 보는 것 같다.

 

 

 

 

이현세 만화의 주인공 오혜성, 엄지, 그리고 마동탁도 벽에 새겨져 있다.

그림 속 소년들처럼 어릴 때 참으로 많이 본 만화인데…

 

 

 

'차서행'이라고 쓰여진 골목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오는 악동들이 익살 스럽다.

한대 콕 쥐어 박고 싶은 그림들이다.

 

어린시절로 돌아온듯한 골목

아들은 아들대로 유년을 떠올리고

나는 나대로 떠올리며 웃음을 지어본다.

 

 

줄넘기 참 많이 했었지...

추운 겨울날

이렇게 골목에서 뛰어놀다보면 추위를 잊을수 있었는데...

 

 

꽃과 같이 아름다운 동심

이 골목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늘 웃고 살겠다.

엄마한테 혼나고 거리로 나오면

이 벽화때문에 다시 웃고 뛰어놀겠다.

 

 

이골목 저골목 삼삼오오 짝을 지어 노는 어린이들

 

집에서 공부하다 말고

골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창밖으로 고개 내미는 어린이...

 

한때 공동화현상으로 퇴락함과 동시에 프로스트의 시처럼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였다.

하지만 이제  특색 있는 ‘가는 길(The Road Taken)'이다.

 

이렇게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니

옛날 동네 맞네요

요즘은 유명 상표가 붙은 기성복이 판치다보니

의상실이 사라져 갔는데

아직도 의상실이 남아 있네요

의상실에서 교복을 맞추어 입던 그시절의

설레임이 문득 떠 오릅니다.

 

 

날이 저물고 예약된 인천행 비행기를 타야한다.

이골목 저골목을 걸었더니 허기가 밀려온다

 뭘 먹을까

불켜진 간판들을 올려다 보기 시작했다.

 

아들이 제주 흑돼지를 먹자고 해서 '통시돈'이라는 식당으로 고우~

출출한 뱃속으로 통돼지 삼겹살은 사정없이 마구마구 들어갔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제주의 골목마을을 재밌게 돌아보고

제주의 특산물 흑돼지고기로 요기를 하고 나니

슬슬 피곤이 밀려왔다

집에 도착하면 한 이틀은 잠에 푹빠져 지낼 것 같다.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