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골목,오지투어

원대리 자작나무 숲-사람은 언젠가는 백치가 되지

kyeong~ 2013. 6. 29. 23:37

 

 

 

자작나무 숲 속에서

 

자작나무 숲에서 하늘을 본다

깊은 숲 속에서 하늘을 본다

 낮 하늘보다 밝은 백야의 숲에서

손이 닿지 않은 나무 끝을 본다

아득한 푸름이 하늘 아래 속삭이는데

너무 높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다

다만, 저 푸른 시간의 이야기들을 희미하게 기억할 뿐

아득한 시간에 대해 손을 내밀지 못한다

잔가지라고는 없이 미끈한 나무

저 하얀 몸 앞에서 백치가 된다

사람은 언젠가는 백치가 되지

잎 같은 혀로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떠나고

바람처럼 흔들리던 사랑이 잊히고

어느 날 추억은 하얀 종잇장이 되어버리지

자작나무 오랜 살결처럼

 

梁該憬

2013.6.23.원대리에서

 

막연히 자작나무 숲을 생각하고 있었다

작정을 했거나 계획을 세웠던 것도 아니었지만

자작나무 숲을 향하여 갑자기 가게 되었다.

출발하고 몇분후 후두둑 떨어지던 비가 춘천즈음에서는 게릴라 폭우로 변하였다

망설임없이 차는 인제군 원대리를 향하여 주파수를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신이 내린 축복처럼 원대리의 하늘은 하얗게 빛났다

숲도 조용하고 사람도 드문 길을 따라 3킬로미터쯤 오르니

백야처럼 느껴지는 숲을 만났다

절반은 푸르고 절반은 하얀 자작나무

어느 처녀 다리처럼 미끈한 나무 아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예정치 못한 날씨의 변화를 무시하고 찾아들기 잘했구나!

아직도 내몸에서는 순백이 흐르고

몇번의 밤이 지나갔어도 백야의 시간을 걷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