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3. 일요일
춘천 소양호속의 오지마을(물로리에서 품걸리까지)
수로 왕복 25.7km
육로 12.69km
소양강 나룻터에서
하루에 두번 72명 승선 가능한 배가 출발합니다
물로리에 4가구
품걸리에 몇가구..
소양댐이 만들어지면서 오지로 변한 곳이죠
육지 안에 있으면서
육지를 벗어나는 듯한 땅
깊고 조용한 곳으로 떠나봅니다.
오전 8시30분 소양강 나루터에서 배가 출발합니다.
40분가량 걸려서 도착한 물로리 선착장
선착장이라고 해봐야
시멘트 한줌 발라 놓지 않은 자갈 많은 강가에 배를 댑니다.
배를 타고 오는 내내
깊어서 검은건지
검으틱틱한 날씨때문에 검은건지
소양호 물빛이 참 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깊고 추은 겨울의 한복판에
소양강이 얼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 골짜기
겨울내내 녹지 않은 눈과 얼음...
사람이라고는 함께 배를 타고 온 외지사람들만 보입니다.
저기 멀리 집 몇채 보이죠?
몰로리의 가옥 전부랍니다.
몇번이나 얼었다가 부서지고
얼음이 깨지거나 얼거나
상관할 사람이 없는 오지 중의 오지의 땅입니다.
삼거리 지점에서 앞으로 보이는 길로 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난 길로 우리는 갑니다
품걸리로 가는 트랙킹 코스가 오른쪽이라고 하네요
배를 함께 타고 온 사람들
아는 사람은 없지만
함께 배를 타고 왔기에 오늘은 일행이 됩니다
길을 몰라도 저사람들 발자욱만 따라가면 되리라....편안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산허리에 난 길을 따라 가면서
좀전 지나온 마을을 바라봅니다.
가구수가 적다보니 괜히 더춥고
괜히 더 외로워 보입니다.
임도를 따라 걷는 일이라 편하겠다 싶겠지만
깊은 산골의 겨울은 꽁꽁 얼어 있습니다
이 깊은 산중에도 차가 지나갔었나봅니다
바퀴자국을 따라
꽁꽁 얼어 있는 길을 조심조심 걸어갑니다.
잡목이 엉망으로 머리를 풀고 사는 오지
구석구석 강줄기가 파고 듭니다
누구하나 손질하는 사람 없이 세월은 강을 따라 흘러갑니다.
몹시 추운 겨울이 지나가거나
성난 바람이 불거나
바람난 눈발이 분칠을 하거나....
제멋대로 몸을 불리며 풍경이 된 소나무
길을 가는 동안 세월의 깊이를 셀수 있는 늙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입니다.
수몰이 되기전 사람이 살아었겠죠
주인은 없어도 멸실되지 않은 가옥이라
지번이 부여 되어 있습니다.
대문이 있었던 자리에는
아무도 찾아 오는 이 없어
잡풀이 주인처럼 지키고 서 있습니다.
길만 보이는가 싶다가
멀리 또 강줄기가 보입니다
심심하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는 길이 이어집니다
언제 녹을지도 모르는 눈길
골짜기의 깊이 만큼
눈의 두께 만큼
숨어 있는 것들이 많겠지만
첫번째 방문에서 큼직하게 눈에 들어오는 풍경만 익혀 둡니다
정드는 만치 작은 것들이 마음속으로 찾아 들겠지요
찬 바람결을 따라
갑자기 나무 향내가 진하게 전해져 옵니다
소나무 냄새가 얼마나 향긋하던지
가까이서 잠시 소나무향을 가슴 가득 담아봅니다.
늘 그랫듯이
눈은 항상 하얗고
소나무는 항상 푸르고
나는 항상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정해진대로 살아갑니다.
앞으로 열번재 열한번재 겨울이 오더라도 변함없이.
소양강 품안의 마을이라서....품안 마을인가요?
소양강 품에 걸린 마을이라 품걸리인가요
품걸리 품안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리 힘들지 않아 편했던 길
대략 13키로쯤 되는 길을 다 걸어서
품걸리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4시쯤에 온다는 배를 기다리는데
눈발이 하나둘 내리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걸어왔던 산이 물가에 비치고
13킬로 길가에 내렸던 눈이 물가에 비치고
내가 물가에 선다면 그대로 비치겠지요
나를 비롯한 모든 풍경이 어딘가에 비쳐 질테죠
살아온 모습그대로, 생긴 모습 그대로.....
그래서 웃어야 할텐데....
그대에게 웃는 모습 그대로 비쳐져야 할텐데....
데칼코마니...
반쪽의 그림이 채워져 있습니다.
내가 어딘가에 서 있을때
반쪽의 그림이 비쳐질 가슴이 있겠지요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누는 마음....그런 것이
반쯤은 그대 가슴에 그려져 있을것만 같아요.
배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갑자기 지루해집니다
비가 조금만 더와도 묻혀질 것 같은 길을 따라 배가 올 것같은 곳으로 나가 봅니다
몇시에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목을 빼고 기다려지는 날이 있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참 지루한 일인줄 그때야 알았습니다.
저녘이 되면서 날씨가 점점 차가워 지고
깡마른 벌판에서 할일 없이 시간을 채워간다는 것은
지겨운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이 따듯한 어떤 사람이 주변의 잔가지를 모아
모닥불을 지펴 줍니다.
나무타는 냄새만 맡아도 차가워지던 온몸이 따듯해지는 느낌입니다.
고마운 낯선 사람입니다.
드디어 배가 들어 옵니다.
참 반가운 순간입니다.
저 작은 배에 기다리는 사람 모두를 태우고
아침의 그자리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자리로 돌아가더라도
아침은 아닌데....
지루한 기다림은
낯선 배를 참 반갑게 맞이하게 됩니다.
지독하게 긴 기다림이 아니었는데 배가 그렇게도 반가운 날이 었습니다
날씨 때문이었을 겁니다
춥다는 것....
흐렸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랬던 겁니다.
아침에 떠났던 소양강 나룻터는
눈발이 날리는 희뿌연 색깔의 저녁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떠났던 품걸리가 멀어져 갔고
그 시간도 사라진것 같고....
순간의 기억도 집으로 갈 생각으로 잠시 잊었던 것 같았습니다.
소양강처녀 노래의 유명세를 따라
소양강처녀 겨울속에 외로이 서있네요
이뻐서 그옆에 한컷 찍었습니다.
그리 단조롭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리 야단 스럽지도 않은 소소한 풍경속을
조촐하게 다녀온 하루였습니다
강원도 태생이라 모두가 내 고향 산천같은 강원도 땅
다시한번...그길을 가보리라
그때는 손톱만 들꽃이 웃어주고 쑥냄새가 가득히 피어나는 따듯한 계절에.
(물로리- 품걸리, 풍경의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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