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
먼 훗날
내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고 없더라도
갈 곳이 있네
어머니 땀내보다 진한 송진 냄새가 있고요
저고리 깃에 놓은 수보다 이쁜 칡꽃이 피었고요
한숨보다 더 깊은 골짜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머니의 속내를 닮은 성황 골 폭포
천 년을 자라고도 세상 밖을 넘보지 않는 이끼
어머니 한숨같이 깊은 곳에
세상 밖 구경을 못 한 어머니의 쓸쓸함이
저 이끼처럼 수없이 자라다 말고,
또 자라다 말고 성황 골에 묻혔으리라
텅 빈 이끼의 세상
어머니의 세상에 갇혀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다가
십 리 밖 세상 소리를 모두 잊는다
갑자기 은둔을 꿈꾼다
梁該憬
2014.8.. 삼척 도계읍 무건리 이끼계곡
소재말-구시재-큰말(무건리)-성황골이끼폭포-소재말 ,대략4시간
방학이다.휴가다.그리고 명절이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손자가 여럿이라도
그놈들이 와서 알짱거리다 가길 원한다
올 여름은 참으로 바쁘다
휴가 가는 일이 심드렁해지고 이젠 생략하고 싶어졌지만
할머니의 마음은 늘 기다림이겠지.
안되겠다 싶어서 짧은 짬을 내어 할머니댁에 갔다
그러나 이 역마살을...어쩜 좋을까
밖에는 비가 오는데 밖으로 가고 싶다.
난 친정엄마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내 마음을 헤아려주길 원하는 아들과 밖으로 나갔다.
여름마다...그리고 비가 올 때마다 눈에 선한 이끼계곡으로 갔다.
여름비를 맞으면서 2시간여만에 도착한 무건리 성황골 이끼계곡
한 시간여를 그 빗속 이끼계곡에 갇혀 있었지만 오는이가 아무도 없다
어머니 마음같기도 하고
여인네 자궁같기도 한 이 신비의 골짜기에서 벗어나기 싫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수량이 풍부하고
안개가 뿌였다.
저기 아래로 계곡을 타고 내려가면 이끼가 참으로 이쁘다는데
조금 위험하다고 한다..
로프가 필요한 구간이라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지만
늘 그 아랫쪽을 바라보곤 한다.
언젠가는.....가겠지.
멀리서 물소리만 들려도 좋은 이끼계곡
빗길 내리막을 내려오자마자
수량 풍부한 이끼폭포를 만나니 저절로 비명이 나온다.
우산은 하나...그래도 내가 엄마니까
엄마는 여름비 맞는 것이 좋다면서 하나뿐인 우산을 억지로 아들에게 양보를 했다.
빗속에서 사진을 찍기란 참 힘들다
배낭에 다행히 작은 비닐봉지가 있서 카메라를 보호하며 찍었다.
저기 보이는 폭포는 하단폭포이다
저 폭포를 타고 오르면
숨겨진 비경...
상단폭포가 있다.
문득 단풍과 어우러진 폭포를 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을 벗어난 다른 계절에 꼭 오고 싶다.
폭포 좌측에 누군가 상단폭포를 오르기 위한 밧줄을 묶어 두었다
다행이다...
오르기 조금은 쉬울듯하다
수량이 많아서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비때문에 미끄러운 바위...오르기 힘들다.
아들이 없었다면 용기가 없어서 그냥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섰으리라...
나중에
아주 먼 훗날에
아들이 엄마를 기억하며 꼭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
폭포 상단에서 아랫쪽으로...
물이 어지럽다
내려갈 때는 어떡하지?
물 속을 걸어서 상단폭포를 향해 걸어갔다.
비는 점점 세차고 물은 점점 불어나는데...
아들은 점점 전진해가는데
문득 불안해진다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숨겨진 비경
상단폭포를 바라보았다
아침 일찍 작은 하늘구멍으로 쏟아지는 빗살이 장관인 곳인데
그 하늘에서 소나기가 무성하게 쏟아진다.
태백산맥쪽은 석회암지형이라서
저렇게 동굴이 많다
동굴과 폭포와 이끼의 어울림이 신비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무리하여 이끼를 타고 오르는 사람이 있어서 가끔은 아쉽다
이끼가 훼손되지 않게
멀리서 그 아름다움을 넋을 잃고 한동안...
신비의 세계에 함께 사는 저 맑은 초록의 생명들..
태고의 신비속 무건리 이끼계곡에서
몇시간의 휴가를 즐기고 돌아섰다
육백산(해발 1244m) 허리춤에 꼭꼭 숨어 있는 이끼계곡은 무릉도원이다. 태곳적 자연을 고이 간직한 두리봉과 삿갓봉 사이 성황골에 있다. 한때 사진작가 사이에서 필수코스로 여겨졌던 계곡은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수년간 입산이 통제됐다. 다시 세상과 조우한 것은 지난해 6월부터다. 백두대간 첩첩산중에 박혀 있어 가는 길이 만만찮지만 태초의 모습을 보기 위한 외지인들의 발길이 다시금 이어지고 있다.
육백산은 강원 삼척시 도계읍 황조리와 신리, 무건리에 걸쳐 우뚝 솟은 산이다. 산 이름이 재미있다. 그 옛날 산정이 평평해 조(粟)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란다. 서쪽 사면에 오십천 상류 물줄기가 흐르고, 동남쪽 사면 신리에는 너와집 등 문화역사유적지가 제법 많다. 해마다 4~5월이면 군락을 이룬 얼레지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이 산의 백미는 역시 이끼계곡이다. 소재말 마을에서 큰말을 거쳐 용소까지 4㎞ 정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사람 구경 힘든 ‘오지’란 수식어를 지금껏 달고 있는 마을이다. 38번 국도 고사리에서 현불사 방향으로 들어서면 산기리(산터 마을). 여기서 포장도로를 따르면 석회암 채굴장을 거쳐 소재말 마을이 나온다. 마을을 벗어나면 비포장 임도다. 임도는 똬리를 튼 뱀처럼 산자락을 에돌아간다.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평탄하지만 한쪽은 아찔한 절벽이다.
낙엽송 울창한 숲길은 맑고 시원하다. 가파른 절벽에는 붉은 표피가 생동감 넘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서낭나무 옆 산굽이를 돌아서자 오르막이 이어진다. 시야가 뚫린 우측은 백두대간 산줄기가 줄곧 따라붙는다. 숲 울창한 산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면 큰말이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서너 채의 집은 인기척이 없다. 밭작물을 가꿀 때나 드나드는 집이란다. 이런 오지 산비탈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경이롭다. 문 닫은 소달초등교 분교는 폐허가 된 지 오래다. 태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다. 등산 스틱에 의지해 폭포로 내려선다. 이끼 가득한 바위를 훑고 내려오는 폭포는 7~8m 높이. 주름치마를 펼친 모양이다. 가뭄에도 끊임없이 내려오는 물줄기가 반갑고 고맙다.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우리네 산수미의 진수를 내보인다. 고생 끝에 찾은 노력이 아깝지 않다. 폭포 아래 소는 얼음처럼 차갑다. 발을 담근 채 1분을 버티기가 어려울 정도다.
좌측 절벽에는 밧줄이 매달려 있다. 절벽에 가까운 바위를 타고 폭포 위로 올라서자 또 다른 세상이다. 숲에 가린 하늘, 어둑한 절벽 아래 이끼 무성한 바위 사이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이곳에도 10여m 높이의 폭포가 있다. 조심조심 폭포로 다가서자 냉기가 느껴진다. 그 아래 빨려들어갈 듯 맑고 깊고 짙푸른 소가 용소다. 폭포 위에는 용소굴이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용소굴 앞 소는 납닥소다. 눈앞에 펼쳐진 태곳적 자연이 마냥 신비로울 따름이다. 늦은 산행 탓에 하산을 서두른다. 멀리 백두대간 산허리에 비가 더욱 짙게 몰려온다. 서둘러 뛰다시피 길을 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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