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山

2014.11.8. 부안 내변산

kyeong~ 2014. 11. 20. 23:00

 

 

 

 

 

 

 

붉은 것

 

긴 시간을 산행하고

좀 늦다 싶은 점심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서야

붉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 그렇지 뭐

 

밥을 비운 도시락에

툭툭 떨어지는 잎들

이리 붉은데

      잎을 비운 단풍나무

      빈 가지에는 바람만 스치겠지

 

붉은 것에 취해

아무도 빈 가지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다 그렇지 뭐

 

梁該憬

2014.11.8. 내변산 단풍나무 아래서

 

 

 

부안 내변산/ 관음봉(508M)

 

산행날짜:2014.11.8.일요일

산행코스: 남여치-> 쌍선봉-> 낙조대-> 월명암-> 봉래구곡 -> 직소폭포 / 옥녀담 ->

원암재(재백이고개)-> 관음봉-> 내소사

 

산행시간 : 5시간

 

변산반도는 밖으로 바다와 맞닿아 있고

안으로는 겹겹한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

일반적으로 국립공원은 육상형(산)과 해상형(바다)으로 나누는데,

산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변산은 반도형 국립공원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단 하나뿐이다.

그런 변산은 오래전부터 산해절승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반도 내부를 타원형으로 감싼 산줄기 안쪽의 산악지대를 내변산,

그 산줄기 바깥쪽의 바다 방면을 외변산으로 구분한다.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이지만 확연히 달라지는 풍광에 따라 지역을 나눈 것이다.

 

내변산은 의상봉(509m)을 최고봉으로 쌍선봉, 옥녀봉, 관음봉, 선인봉 등의 기암 봉우리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속에 직소폭포, 분옥담, 선녀탕, 가마소, 와룡소 등의 비경을 품고 있다.

낮지만 첩첩이 이어진 산줄기들의 품이 깊은 변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했다는 능가산, 또는 신선이 산다는 봉래산으로도 불렸다.



 

서울에서 7시에 출발하여 부안 남여치에 10시30분경 도착했다

새로이 길을 공사하는 중이라

산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이 이정표를 세워 두었나보다.

고맙지...

 

 

오랫만에 산행을 하다보니

가파른 길을 걸어오르는 동안 숨이 몹시 찼다

한시간 가량을 걷다보니

어느 절간 아래 무우밭이 눈에 들어왔다.

 

 

      전라북도 부안군 산내면 중계리 변산 쌍선봉(雙仙峰, 妙寂峰)에 있는 절.

 

 

월명암에서 잠시 쉬고....

딱 둘이서 손 잡고 걸으면 좋을만한 길을 걷는다

늦가을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기분...

발 아래 바스락 거리는 소리

더 천천히 걸었으면 좋겠는데

부지런히 가는 일행들이 원망스럽다.

 

 

길이 좁아서 좋다

누군가 손잡고 걷기에 참 좋은 길

 

 

 

낙조대..

곰소항을 바라보며

 

어느 해질녁

가을 낙조를 볼 수 있는 날이 있으려나...

 

렌즈에 썬글라스를 씌우고...ㅎㅎ

오늘 산행을 하면서 썬글라스를 쓴 사람들은 이런 색의 가을을 종일 봤겠다.

 

 

낙조는 보지 못했지만

낙조같은 가을을 바라보며...뚜벅뚜벅 걸어 갔다.

 

 

 

 

약간의 늦은 점심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배고프다고 투덜거리는 무리를 이끌고 여기까지 왔네요

단풍수를 곱게 놓은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 아름다운 융단 위에서 점심먹었다구요

우리가...글쎄

가장 화려한 가을 점심을 먹었어요

 

 

식사하는 동안

바람이 불때마다 단풍잎이 쏟아졌다

어쩌면 내생에 가장 아름다운 식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데코레이션이 된 식사를 하였는지도 모른다.

 

 

직소보

크고 작은 산봉우리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봉래구곡의 하류

잔잔한 산상호수가 산객들을 조용히 맞이하고 있다.

단풍과 어우러진 산상호수는 지나가는 모든이의 발걸음 단번에 잡고 만다.

단풍과 산줄기을 타고 내리는 짜릿한 마음을

순식간에 내려 놓으며 한없이 아늑하게 젖어드는 곳

 

직소보는 물이 귀한 변산에서 봉래구곡의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곳이다.

계곡이 산상호수처럼 잔잔하고 넓어지는 것은 이 직소보 때문이다.

부안댐이 생겨 더 이상 상수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직소보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따라 한동안 걸어본다.

 

선녀탕

선녀는 어디가고

나뭇꾼은 어디로 가고

추풍낙엽이 노니는 선녀탕

 

 

 

분옥담

폭포의 물줄기가 아래로 내려가 소와 와폭을 이룬 분옥담

 

직소폭포

 

벼랑에서 22.5m의 절벽으로 곤두박질치는 거대한 물줄기

변산 제1경인 직소폭포다.

 

직소보와 직소포의 절묘한 하아모니..

내변산행의 하일라이트라 하겠다.

 

멀리 관음봉이 보이고...

 

 

곰소만이 내려다 보이는 재백이고개

직소보와 직소폭포를 걸으며 산행이 마무리 되어가나 싶을때

나타나는 재백이 고개

 

 

봉래구곡과 재백이고개를 헐떡거리며 넘다보면

산아래 아늑하게 자리잡은 내소사가 보인다

은행잎과 단풍이 곱게 물든 내소사의 풍경

멀리서 보아도 참 아름답다.

 

해가 질 무렵

내소사 입구에 도착했다.

 

오색등과 어루러진 단풍

다른때보다 더욱 곱게 느껴지는 단풍이다.

 

손을 대지 아니하여도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

가을잔치가 끝나면 이 황홀함때문에 한동안 몸살이 나겠다

 

 

 

 

 

내소사 경내에는 들지 않았다

찬찬히 마음을 열고

절간을 살펴보아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쫓기듯 보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몇번인가 와보았던 곳..

언젠가 다시 오겠지..

 

 

내소사와 관음봉

 

아름다운 산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곰소항에서 만난 일몰의 시간이다.

.

.

.

 

더러는 사색이 좋아서 길을 떠나고

더러는 세상이 귀찮아서 떠나고

더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려고 떠나고

더러는 동무가 그리워서 떠나기도 한다

어떻게 떠나던 간에

길 끝에서

붉고 노란 황홀한 조화를 만난다는 것은

여정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봉래구곡을 따라 어우러진 붉은 단풍과

마지막 길끝에서 만난 내소사 입구의 화려한 만남....

이런 여운때문에 또 다시 길을 떠나는 날을 꿈꾼다.

 

2014.11.8. 화려한 가을을 따라 부안 내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