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선봉에서
가쁜 호흡을 달래며 올라선 신선봉
기세 좋은 산줄기에 취해 땀이 식는 것을 잊겠다
그만, 발길을 멈추고 여기에 쉬고 싶다
산은 걷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공룡능선과 칠형제봉, 범봉
어느 만치 전망 좋은 곳에 앉아서
마음 가는 봉우리에서 떠돌다 오는 것
쉰 세대를 통과하기 위해
마지막 발악을 하는 나이
때로는 미약해서 견딜 수 없고
지금보다 죽음이 위대할 수도 있겠다
설악에서 열두 시간짜리 터널을 걸었다
점점 높아가는 봉우리
높이 올라갈수록 머리는 비기 시작한다
이봉우리 저 봉우리 갈 옷을 입혀 놓으니
사람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는다
어느덧 나를 잊고 설악의 봉우리만 가득하다
마음을 풀어 헤치고
설악의 넋처럼 봉우리에 떠돌고 있다
잠시 꿈꾸는 의자에 앉아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여행을 하였다
나를 잊고 한없이 걷고 걸었던 세상
아름다운 열두시간이여!
梁該憬
2014.10.5. 설악산 신선봉에서
2014.10.4.토요일 11시 서울 당산역 출발-
10.5.일새벽4시 설악산 설악동 도착
설악동-비선대-천불동계곡-무너미-공룡능선-신선대-칠형제봉-잦은바위골-설악동(오후4시 하산)
약12시간소요(난이도 고급)
학창시절 수학여행에서 연을 맺은 울산바위
그래서 나의 설악은 항상 울산바위에서 시작한다.
어디에서 보든 울산바위가 보이면 설악의 전부를 보고 온듯한
설악의 첫사랑이다.
신선봉에서 수 많은 암봉 사이로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멀리 있지만 그 자태가 으뜸이다.
근육질의 산, 설악에서
훌륭한 풍경에 빠져 꿈을 꾸는듯 하였다.
사실 감기와 신체리듬의 난조로
어둠속에서 설악의 안부까지 걸어갈 동안
어쩌면 어느쯤에서 포기하고 혼자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험한 길을 걷는 다는 것이
자꾸만 겁이나고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훌륭하지 못한 리듬때문에 걷다가 발이라도 헛디딘다면
여러사람에게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인간의 그 짧은 시간속에도 망각을 하나 봅니다
첫번째 신성봉에서 모두 까맣게 잊고 오로지 감탄사만 연발하며
산행에 착한 발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평상시 엄두도 못낼 그런 산행이었지만
악소리가 저절로 나는 풍경때문에
다음에 또 오르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힘들고 가장 멋진 코스를 안내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마도 신의 축복인것 같다.
이렇게 힘겹고 잊지못할 풍경의 늪을
함께했던 친구들도 참 귀한 인연이라 생각했다.
새벽4시 버스에서 잠이 덜깬체로 내려서
몸은 풀리지 않고 헤드랜턴의 불빛을 따라 아무말없이 일행은 걷기에 여념이 없다
어둠속에서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새벽이라 달빛은 지고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무작정 앞 사람이 달아나는 바람에 마음 놓고 하늘을 바라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저 별빛 오랫동안 봤으면 좋겠는데....
얼마나 걸었을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설악이라는 거대한 산의 기세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폭포를 찍어 보았다.
무너미 고개
여기서에서 희운각을 거쳐 대청봉으로
또는 공룡능선으로 갈라진다
우리는 공룡능선 첫번째 봉우리 신선봉을 향해 갔다.
산의 고도가 높아지자 단풍이 짙다
도시의 숨가뿐 시간속에 살다보니
단풍의 색깔에 온몸으로 즐겁다.
멀리 울산바위도 보이고
리더가 설명해주기전...무슨 봉우리 인지는 모르지만
봉우리들의 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참 우람하고 멋진 풍경이다.
감기로 인해 많이 망설였지만 오길 참 잘했다 싶다.
아프던 곳이 모두 잊혀지는 순간이다.
한쪽에는 바위의 봉우리가
한쪽에는 절정으로 물든 단풍의 봉우리....
여기서 부터 신선봉에서 칠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의 풍경들을
맛보시길 바랍니다.
잦은 바위골입구
잦은 바위골을 빠져 나와 비선대를 향하니 수월한 탄탄대로
숨막히는 비경의 터널을 지나왔다.
다리는 아프고 몸은 지쳤지만
단풍으로 둘러싼 설악의 암봉들은 두고두고 잊지못할 풍광이었다.
열두시간..
가장 아름다운 가을속의 시간을 걸었다.
리딩해주신 국중기 친구 감사합니다.
'photostory-山'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11.8. 부안 내변산 (0) | 2014.11.20 |
---|---|
오대산 선재길-붉어짐이 멈추었을때 생의 가장 가벼운 순간이다. (0) | 2014.10.21 |
달마산 도솔암- 날선 바위를 지나온 발자국이 낮달처럼 가볍다 (0) | 2014.09.23 |
지리산 촛대봉-구절초가 지나는 길의 풍경이 되어 (0) | 2014.09.02 |
정선 백운산 하이원 하늘길(2014.8.23.토) (0) | 2014.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