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에서
땅끝에 가면
그다음은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슬픈 짐승이 될까
멀고 먼 길 미루고 미루다가
언젠가는 가야 할 땅끝
끝이라는 말이 그냥 서글프다
날 선 달마산의 등줄기를 따라
발끝을 달래며 도솔암에 앉으니
길 끝에서 새가 되는구나
땅끝에서 하늘을 만나니
낮달이 되는구나
길 끝에서 돌아보는 길
비뚤비뚤하게 걸어온 길도
그림이 되는 지금
바위를 지나온 고된 발자국이
낮달처럼 가볍다
발자국을 투신해서 땅끝을 만나니
시간의 끝을 잃어버리겠다.
梁該憬
2014.9.21. 해남 달마산의 도솔암에서
2014.9.20.밤11:30 인천출발
2014.9.21.새벽 5:20분 해남 달마산 미황사 도착
6시 산행시작
오후 12:30분 산행종료
산행코스 :미황사-달마봉-금샘-떡봉-도솔암-도솔봉-마봉리(11km)
산행후 땅끝마을로 이동 중식 그리고 전망대에 관람후 상경
무박 산행을 가는 이유중에 하나가
어둠을 지나 정상에서 일출을 만나는 기쁨,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줄 알았지요
아름다운 아침 햇살을 등에 지고 굽이굽이 산 능선을 넘어가는 일이
산행을 하는 기쁨인줄 알았지요
이 먼 곳까지 와서
험한 바위를 잡고 고된 발자국이 되어 갈 즈음
문득 뒤돌아보니 지나온 길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내 발자국은 새의 먹이가 되었는지
아침햇살에 녹아버렸는지 어디에도 없더라구요
뒤돌아보는 인생이 젊은 날은 기막히게 아름다웠지만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요
어느날 낯선 사람들 숲에 끼어서 생전 처음 만나는 달마산을 오르고
수많은 발자욱을 투신해서 걸어 온 길이 모두다 그림이 되지는 않았겠지만요
지쳐갈 즈음에 나타난 도솔암
손바닥만한 바위 사이에 암자를 짖고 노승은 도를 닦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요
나는 문득 낮달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길끝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끝을 찾지 않아도 되는 영원한 순간이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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