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서
안갯속에 서 있으니
안개 뒤에 숲은 것 같다
그대가 안 보이고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숨고
넓은 하늘이 가려지고
가까이 있는 사람의 옷 색깔이 무채색으로 변한다
온 우주를 덮어버릴 것 같은 안개의 습격
신비의 나라에 온 것 같아
온몸에 안개가 흐르다 못해
순하게 고개를 떨구는 풀잎이 되겠지만
안갯속에 숨지 못하는 바람 소리
멀리 있어도 영원히 기억하는 그의 숨소리
2015.7.4. 선자령 안갯속에서.
분명히 일기예보는 맑음이 었는데
구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자 이슬비가 내린다.
지난주에도 그랬는데 또....같은 분위기의 이슬비 내리는 날이다.
전봇대에 그려진 바우길 표지
양떼목장 담장길에서 바라본 줄미역나무
생명력이 긴 꽃인가보다
지난주에도 저리 피었었는데.....
안개인듯 비인듯
축축한 흙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트랙킹의 시작이다.
양치식물이 잘 자라고 있는 고산지대의 습지...
어찌나 서늘한지
여기에 살면 여름을 모르고 지내겠다.
장마때 물이 내려오는 길
흙이 쓸려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통나무 받침을 해 두었다.
여름들꽃이 한창인 길...
날씨가 서늘하니 꽃이 바리바리 피지는 않는다.
가뭄이라 다른 곳은 개울이 말랐다고 하는데
이곳은 안개비라도 연이어 내리니
개울물이 제법 많다.
친구가 제법 많이 싸온 체리를 여기 개울에서 썻어서 맛있게 먹고....
자작나무숲의 안개도 분위가 좋다.
빗줄기 같은 하얀 자작나무
비는 그치지 못하고...이렇게 계속 따라다닐 것 같다.
원을 그리는 빗물을 잡아보고..
꽃길 사이로....
미역줄나무
잡초에도 외톨이가 있네...
날이 좀 맑았다면
저기 앉아서 목축이면 참 좋을텐데...
쉬어가기 좋게 돌의자도 있는데 말이다.
한일목장 풍경도 못보고
모두 안개에 갇혀 그냥 묵묵히 가야한다.
아~ 내가 여기에 정말 내가 몇번째지?
바우길 1구간은 이렇게 목장지가 많다.
선자령 바로 아래....
여긴 높아서 그런가..하늘 목장이란다.
잡초투성이 초원...
별게 다 멋있다.
여행을 아는 사람은 아무것도 없어도
있는 것처럼 행복하다.
안개를 휘저으며 열심히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안개속이라 구분은 못하지만
그 소리만으로도 날개소리를 듣는다.
넓고 넓은 초지에
우리 몇살인줄 모르게 팔짝팔짝 뛰다가 왔다.
몇번이나 폴짝 뛰어 오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다시 텅 비어둔체 길을 떠난다...
마치 아무도 찾아 오지 않을 것처럼 휑한 저 풀밭....
저 나그네 이 안개속에서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보려하는가
별게 다 이쁘다
꽃이 아니어도 이쁘다
나이든 내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새삼 별게 아닌것이 이쁘다.
넓은 들판을 두고 좁은 길을 따라
길밖을 벗어나지 못하는게 어쩌면 우리의 삶일게다.
세상어디든 뛰쳐나가지만...
결국은 좁을 통로를 따라 걸거가는 삶
눈을 덮어쓴체 있던 저 나무...
기억이 나는 저 나무아래
편지한장이라도 묻어두고 싶다.
지금 이나이는 이런꿈이 있었노라...
축축한 이길이 편하다.
우리의 몸둥아리가 수분으로 가득차 있기때문에
젖은 길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제 꽃길이 끝날것 같더니만...
터리풀 군락지를 만납니다.
키낮은 꽃들
발등에 올라 앉는 꽃들
그 꽃들을 스쳐가는 7월의 어느날 입니다.
안갯속 다람쥐...
멀리서 찍었는데 흐리네요
국사성황당 앞의 습지
아무도 손대지 않은 태초의 늪같다.
꼬리조팝나무
이렇게 산을 내려와...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맛집에 갑니다.
지번: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348-5
033-335-5795
12000원에 황태구이, 황태탕,황태찜, 그리고 황태식혜까지 골고루 맛보았다.
친구가 강력히 추천해준 이집...
황태식혜가 그리워서라도 다시 올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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