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손을 내밀어
모르는 마을 달하치月下峙
멀리서 여기까지 왔네
극성스런 여름이
내키만한 꽃들을 키웠는데
낯설어서일까
바쁜 것도 아니면서
걸음은 땅에 닿기 바쁘게 옮겨간다
세상을 다돌아 볼 것처럼
걸어가면 무엇하나
같은 시간에 살아있는
저 꽃에는 뿌리가 있는데
내생에는 뿌리가 없다
멈출 수 없는 시간 속
뿌리 없이 떠도는 유령이었던가
너는 꽃, 나는 떠도는 영혼
꽃을 향하여 손을 뻗는다
내 몸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손, 머리카락, 눈
모두가 꽃인지도 모르겠다
손과 꽃이 교감하는 사이
내일은 내 속에 꽃이 만발하겠다
꽃과 함께 서 있는 수직의 시간이 있었므로.
梁該憬
2015.8.8.토. 양양 달하치 산판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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