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강을 건너며

kyeong~ 2015. 10. 31. 02:14




강을 건너며

 

 

어느 길 끝에서 강을 만난다

산에서 내려온 짐승처럼

목을 뻗어 마시고 싶을 만치 맑은 물

물고기떼가 보이고

자갈에 걸리는 물결이 보이고

물속에 잠긴 내 발가락까지 보이는 강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바지가 젖더라도

하늘보다 더 푸른 강을 걸어서 간다.

 

오지를 배경으로

천연덕스럽게 휘돌아서 가는 강

그 강에 발을 담그니

발가락뿐만 아니라

강물 속의 세상이 눈이 시리게 투명하다

모래와 뒤섞인 돌을 밟고 가자니

시린 것보다 아픔이 더 크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픔을 참고 건너간다

 

시린 것보다 아픈 것이 힘들고

아픈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무서운 삶

그렇게 강을 건너고 나니 더 깊은 강이 앞에 있다

넘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깊은 강과 같은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梁該憬

2015.10.31.토 영월 동강 하늘벽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