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며
어느 길 끝에서 강을 만난다
산에서 내려온 짐승처럼
목을 뻗어 마시고 싶을 만치 맑은 물
물고기떼가 보이고
자갈에 걸리는 물결이 보이고
물속에 잠긴 내 발가락까지 보이는 강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바지가 젖더라도
하늘보다 더 푸른 강을 걸어서 간다.
오지를 배경으로
천연덕스럽게 휘돌아서 가는 강
그 강에 발을 담그니
발가락뿐만 아니라
강물 속의 세상이 눈이 시리게 투명하다
모래와 뒤섞인 돌을 밟고 가자니
시린 것보다 아픔이 더 크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픔을 참고 건너간다
시린 것보다 아픈 것이 힘들고
아픈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무서운 삶
그렇게 강을 건너고 나니 더 깊은 강이 앞에 있다
넘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깊은 강과 같은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梁該憬
2015.10.31.토 영월 동강 하늘벽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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