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기억
추운 날 점퍼의 지퍼를 턱밑까지 올리고 우물같이 깊은 신발을 신고 유년의 길을 걷는다 꽁꽁 여민 옷을 뚫고 온몸에서 노래하듯 말이 튀어나온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옛날이 말을 하고 손에는 눈 뭉치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몸에는 꿩의 깃털이 날리고 마음은 연을 따라 올라갈 모양이다 새총을 타고 날아가는 기억과 용수철을 타고 튀어 오르는 이야기들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움츠러들지 않을 때 온종일 쏟아낸 말들이 그림을 그린다 수다쟁이 앞에 드디어 하늘이 입을 열었다 소통을 위하여 쏟아내는 눈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어쩌면 점소묘화처럼 점점이 떠 있는 회색의 풍경일지도 몰라.
梁該憬 2016.1.16. 인제에서 눈이 내리던 날 |
'poem-아직도 모르지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가에서 (태안 신두리) (0) | 2017.08.23 |
---|---|
風, 바람(상주 성주봉) (0) | 2017.08.22 |
그날의 겨울은 (지리산 바래봉) (0) | 2017.08.22 |
강을 건너며 (0) | 2015.10.31 |
억새가 사는 곳에서 (0) | 2015.09.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