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지속하는 기억 (인제 방동리 약수터)

kyeong~ 2017. 8. 22. 23:58

 

 

 

 

 

 

 

지속하는 기억

 

추운 날

점퍼의 지퍼를 턱밑까지 올리고

우물같이 깊은 신발을 신고

유년의 길을 걷는다

꽁꽁 여민 옷을 뚫고

온몸에서 노래하듯 말이 튀어나온다

발끝으로 미끄러지던 옛날이 말을 하고

손에는 눈 뭉치 굴러가는 소리를 낸다

몸에는 꿩의 깃털이 날리고

마음은 연을 따라 올라갈 모양이다

새총을 타고 날아가는 기억과

용수철을 타고 튀어 오르는 이야기들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전혀 움츠러들지 않을 때

온종일 쏟아낸 말들이 그림을 그린다

수다쟁이 앞에

드디어 하늘이 입을 열었다

소통을 위하여 쏟아내는 눈발

지금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어쩌면 점소묘화처럼

점점이 떠 있는 회색의 풍경일지도 몰라.

 

梁該憬

2016.1.16. 인제에서 눈이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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