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 바람
너무 험한 길을 걸어왔는가 바람이 일지 않으면 오히려 외롭다 거칠게 호흡을 일으키며 산에 올랐을 때 바람이라도 불어야 좋다 멀리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 소리라도 있어야 가슴이 뛰는 것 같고 바람의 힘처럼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겠다.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 소리가 좋고 거칠기 이를 데 없는 바위가 손에 익을 때쯤 그동안 말이 없던 무릎이 아파진다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상처의 마디마디가 세월의 흔적이 될 때 어느새 몸에서도 바람이 일겠지
길이 좋아서 떠나는가 바람이 좋아서 떠나는가 외로워서 떠나는가 지독히 외로워 보라 길이 아니라 산이 아니라 폭풍을 만난다 해도 반가우리라 외로운 사람만이 운명 같은 바람을 만나는 것 인생이란 바람처럼 요란하다가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梁該憬 2016.2.21. 일. 상주 성주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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