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風, 바람(상주 성주봉)

kyeong~ 2017. 8. 22. 23:59

 

 

 

 

 

 

風, 바람

 

너무 험한 길을 걸어왔는가

바람이 일지 않으면 오히려 외롭다

거칠게 호흡을 일으키며 산에 올랐을 때

바람이라도 불어야 좋다

멀리서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람 소리라도 있어야

가슴이 뛰는 것 같고

바람의 힘처럼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겠다.

 

멀리서 달려오는 바람 소리가 좋고

거칠기 이를 데 없는 바위가 손에 익을 때쯤

그동안 말이 없던 무릎이 아파진다

그마저도 익숙해져서

상처의 마디마디가 세월의 흔적이 될 때

어느새 몸에서도 바람이 일겠지

 

길이 좋아서 떠나는가

바람이 좋아서 떠나는가

외로워서 떠나는가

지독히 외로워 보라

길이 아니라 산이 아니라

폭풍을 만난다 해도 반가우리라

외로운 사람만이 운명 같은 바람을 만나는 것

인생이란 바람처럼 요란하다가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梁該憬

2016.2.21. 일. 상주 성주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