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바닷가에서 (태안 신두리)

kyeong~ 2017. 8. 23. 00:01

 

 

 

 

 

 

 

바닷가에서

 

예전에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바닷가에서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바다는 내 기억의 절반이라고 생각했다

뼛속까지 파란 물이 들어있는 나는

지금도 바다를 동경하고 바다로 떠나는 꿈을 꾼다 

유랑하는 섬으로 가는 날이면 잠까지 설친다

 

초봄의 하늘은 회색빛이고

바람과 파도가 뒤엉킨 소리가 낮게 내려앉는다
백사장 위를 눈을 감고 걸었다
머릿속 깜깜한 세상은 우주를 떠가는 지구 같고
중력을 느끼는 만치 발자국을 남기지만
이내 파도가 쓸어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흔적을 파도가 연신 가져갔다
그동안 파도가 가져간 발자국은 얼마나 될까
유년의 기억이 아득해져 가는 것은

잃어버린 발자국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바다 깊은 곳에 물고기처럼 떠가는 발자국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잃어버린 것들이 바닷속에서 자유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기억에서 떠난다는 것은 바다를 만나는 것

지우고 떠나고 또다시 바다를 만나는 습작

오늘도 그 한 페이지를 남기며 바다를 좋아한다고 되뇐다. 
 

梁該憬

2016.3.13. 태안 신두리 바닷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