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그날의 겨울은 (지리산 바래봉)

kyeong~ 2017. 8. 22. 23:56

 

 

 

 

 

그날의 겨울은


겨울의 한가운데, 지리산에 들면
눈이 발등에 올라앉고
하늘에는 눈꽃이

은하수처럼 반짝일 것 같았지

 

그날의 겨울은 눈을 묻히지 않고 있었다
꽃눈을 잉태한 철쭉의 세상을 지키느라
바람은 골짜기에 눕고
태양은 기침 없이 서성인다


푸르다는 것은 깊어져 가는 것
눈이 내리지 않은 지리산에
공허 같은 푸른빛이

골짜기까지 파고들 때

나이테도 없는 눈보다야

저 깊음이 더 좋을지도 몰라


영혼을 깨우고 싶거든 
푸른 물이 든 지리산에 서라.

푸른빛이 골짜기까지 파고든 지리산에서

공허감이 핏줄까지 푸르게 할 때

영혼은 사소한 푸름에도 잠을 깨울지도 몰라.

 

梁該憬

2016.1.10. 지리산 바래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