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에서
땅끝에 가면
그다음은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슬픈 짐승이 될까
멀고 먼 길 미루고 미루다가
언젠가는 가야 할 땅끝
끝이라는 말이 그냥 서글프다
날 선 달마산의 등줄기를 따라
발끝을 달래며 도솔암에 앉으니
길 끝에서 새가 되는구나
땅끝에서 하늘을 만나니
낮달이 되는구나
길 끝에서 돌아보는 길
비뚤비뚤하게 걸어온 길도
그림이 되는 지금
바위를 지나온 고된 발자국이
낮달처럼 가볍다
발자국을 투신해서 땅끝을 만나니
시간의 끝을 잃어버리겠다.
梁該憬
2014.9.21. 해남 달마산의 도솔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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