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도솔암에서(해남 달마산)

kyeong~ 2014. 9. 21. 00:24

 

 

 

 

 

도솔암에서

 

땅끝에 가면

그다음은 어디로 가나

갈 곳 없는 슬픈 짐승이 될까

멀고 먼 길 미루고 미루다가

언젠가는 가야 할 땅끝

끝이라는 말이 그냥 서글프다

 

날 선 달마산의 등줄기를 따라

발끝을 달래며 도솔암에 앉으니

길 끝에서 새가 되는구나

땅끝에서 하늘을 만나니

낮달이 되는구나

 

길 끝에서 돌아보는 길

비뚤비뚤하게 걸어온 길도

그림이 되는 지금

바위를 지나온 고된 발자국이

낮달처럼 가볍다

발자국을 투신해서 땅끝을 만나니

시간의 끝을 잃어버리겠다.

 

 

梁該憬

2014.9.21. 해남 달마산의 도솔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