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2014.8. 삼척 이끼폭포)

kyeong~ 2014. 9. 4. 21:23

 

 

 

 

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

 

먼 훗날

내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고 없더라도

갈 곳이 있네

어머니 땀내보다 진한 송진 냄새가 있고요

저고리 깃에 놓은 수보다 이쁜 칡꽃이 피었고요

한숨보다 더 깊은 골짜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머니의 속내를 닮은 성황 골 폭포

 

천 년을 자라고도 세상 밖을 넘보지 않는 이끼

어머니 한숨같이 깊은 곳에

세상 밖 구경을 못 한 어머니의 쓸쓸함이

저 이끼처럼 수없이 자라다 말고,

또 자라다 말고 성황 골에 묻혔으리라

텅 빈 이끼의 세상

어머니의 세상에 갇혀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다가

십 리 밖 세상 소리를 모두 잊는다

갑자기 은둔을 꿈꾼다

 

梁該憬

2014.8.. 삼척 도계읍 무건리 이끼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