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을 꿈꾸고 싶을 때
먼 훗날
내 어머니가 먼 곳으로 가고 없더라도
갈 곳이 있네
어머니 땀내보다 진한 송진 냄새가 있고요
저고리 깃에 놓은 수보다 이쁜 칡꽃이 피었고요
한숨보다 더 깊은 골짜기를 따라가노라면
어머니의 속내를 닮은 성황 골 폭포
천 년을 자라고도 세상 밖을 넘보지 않는 이끼
어머니 한숨같이 깊은 곳에
세상 밖 구경을 못 한 어머니의 쓸쓸함이
저 이끼처럼 수없이 자라다 말고,
또 자라다 말고 성황 골에 묻혔으리라
텅 빈 이끼의 세상
어머니의 세상에 갇혀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다가
십 리 밖 세상 소리를 모두 잊는다
갑자기 은둔을 꿈꾼다
梁該憬
2014.8.. 삼척 도계읍 무건리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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