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날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걸어서 또 걸어서
너를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웃거나 웃지 않거나
걷거나 혹은 걷지 않아도
지구는 어차피 돌고 있다
나는 동쪽으로 걸어가고
그는 서쪽으로 걸어가면 언젠가는 만날 것 같지만
그렇게 만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약속하고 걸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너를 만나자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어쩌다 송도에서 만나
신문의 한 귀퉁이의 벼룩만 한 기사보다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로 그들은 웃는다
밥그릇 안에 밥처럼
송도에 들어앉아
윤기 흐르는 밥처럼 옹기종기 붙어 앉아
흔한 이야기에도 웃는 우리는 밤보다 진하다.
梁該憬
2014.7.26. 송도에서 친구를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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