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그냥 걸어서(2014.7.27. 화천 비수구미)

kyeong~ 2014. 7. 30. 22:02

 

 

 

그냥 걸어서

 

 

오지의 땅에

이름 없는 내가 길을 걷는다

물길을 따라 한줄기 길

이정표가 없어도 이 길만 무심히 걸어가면 되리

 

칡꽃은 칠월을 감아 오르고

오지의 물길은 정오의 햇빛에 걸려 자맥질이다

애써 들꽃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오지의 땅에서 알아서 무엇하리

걷기 위해서 왔다면

그냥 걸으라

어쩌다 만난 삶에 이정표를 세우지 말라

길 끝에서도 길은 삼천리

오지의 숲 속에서

천 년을 흘러 온 비경을 찾지 말라

그것은 게으름을 구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을 구하지 말라

그것은 의지를 위한 핑계가 될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걸으면 되는 것

걷기 위해서 걷는 것

제대로 걷는다는 것은

이름 없는 사람을 위한 최적의 기회이다.

 

梁該憬

2014.7.28.화천 비수구미의 외줄기 길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