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건너며
어느 길 끝에서 강을 만난다
산에서 내려온 짐승처럼
목을 뻗어 마시고 싶을 만치 맑은 물
물고기떼가 보이고
자갈에 걸리는 물결이 보이고
물속에 잠긴 내 발가락까지 보이는 강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멀어
바지가 젖더라도
하늘보다 더 푸른 강을 걸어서 간다.
오지를 배경으로
천연덕스럽게 휘돌아서 가는 강
그 강에 발을 담그니
발가락뿐만 아니라
강물 속의 세상이 눈이 시리게 투명하다
모래와 뒤섞인 돌을 밟고 가자니
시린 것보다 아픔이 더 크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픔을 참고 건너간다
시린 것보다 아픈 것이 힘들고
아픈 것보다 넘어지는 것이 무서운 삶
그렇게 강을 건너고 나니 더 깊은 강이 앞에 있다
넘어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깊은 강과 같은 사람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梁該憬
2015.10.31.토 영월 동강 하늘벽길에서
2015.10.31. 토.맑음
영월 동강 칠족령하늘벽길
백룡동굴주차장(문희마을)-칠족령-전망대-하늘벽유리다리-연포마을-거북마을-동강 도강-탐사선으로 다시또 도강-문희마을
출발점: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81 백룡동굴 주차장(문희마을)
하늘벽길은 출발은 평창군 미탄면이지만
칠족령 전망대에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되는 동강줄기는 정선군 신동읍에 속해있고
동강을 따라 하늘벽길이 있고
하늘벽길 끝에서 만나는 연포마을에서 백룡동굴을 따라가는 동강줄기는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를 따라 흐르면서 그 유명한 어라연 계곡을 만들고 있다.
오전 10시 30분 백룡동굴 주차장에서
칠족령을 향하여 출발이다.
인천에서 오전 6시30분 출발하여 생각보다 약간의 차량 지체가 있었다.
백룡동굴 탐사는 하지 않았지만 간단한 소개를 하면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에 있는 석회동굴) 천연기념물 제260호. 길이 1km. 남한강 상류인 평창과 영월·정선땅이 서로 합쳐지는 지점에 있다. 백룡은 흰색 용이 백운산(白雲山) 기슭 남한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하여 유래된 이름이다. 지층은 고생대 조선계(朝鮮系) 대석회암통(大石灰岩統)의 막동석회암층(莫洞石灰岩層)에 속하며, 지질연대는 약 4억∼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 동굴의 지형학적 특징은 남한강 침식면 절벽에 있는 관계로 홍수위(洪水位) 때에 침수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점과 동굴 속에 동굴퇴적물, 즉 2차생성물이 그대로 보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석회화단구(石灰華段丘)는 물론 대규모의 유석(流石)과 곡석(曲石) 등 수많은 동굴퇴적물들이 있다. 인터넷 예약하여 탐사할수 있고. 입장료는 어린이:10000원 어른15000원이다. |
백운산으로 오르지는 않지만 백운산 안내판을 한번 바라보고 칠족령으로 향한다.
오늘이 10월 마지막날
아직은 늦가을....
그러나 오지에는 서리가 내렸다.
칼칼한 오지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트랙킹에 발을 올려본다.
칠족령까지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
칠족령의 유래는
제장마을에 옻칠을 하던 한 선비 집의 개가 발에 옻칠갑을 하고 도망을 갔는데
자국을 따라 가보니 기가 막힌 절경이 펼쳐지는 곳을 발견했다는 곳이다.
옻칠자 발족자에 유래에 되어서 칠족령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가을길을 갈때에는 되도록이면 말을 닫고
귀를 열어야겠다
저 낙엽의 소리를 듣고 가는 길
지금이 아니면 들을수 없는 것
2개의 돌탑이 서있는 산성을 지나갑니다.
오래된 이야기가 있겠지만
가을에는 그냥 가을의 깊이를 듣거나 보거나...그리하고 싶다.
.잡목들 사이로 동강의 파란 물줄기가 보인다
가는내내 저만치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시원하게 보이는 강줄기 하나 건지지 못하고
잡목들 숲에서 목만 빼다가 가는 것은 아닐지...
녹색도 아니요
붉은빛도 아니요
가벼이 떨어진 저 낙엽이 좋아서
허리굽혀 가까이 들여다 본다.
낮은대로 임한 그 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가벼이 정처없이 어디론가 흘러가는 몸이 된 것에 대해 부러운 것도 아닌데
이 계절에 허리 굽혀 가까이 바라본다.
칠족령이다.
큰나무 하나 반가운 손님 맞이하듯 서있고
나그네에게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반갑다.
동강도 다른강처럼 말랐다
가뭄이 극심한 해
동강의 물줄기도 허리가 가늘어짐을 한눈에 알겠다.
하늘벽을 따라 흘러가는 동강물줄기
전망대에서
티없이 맑은 하늘과
저토록 푸른 색을 띠는 강물의 절경에 취해 한참을 머물렀다.
저분도 아니 모든 사람들이
이 굽어 돌아가는 강줄기의 수려한 풍경 앞에 발길을 멈추지 않는자 없으리
깊어가는 가을
나뭇가지가 삭막하다
강줄기도 가을 가뭄에 삭막하다
가을이 깊어가는 만큼
가을강도 깊어갔으면 좋으련만
앞에 보이는 마을이 제장마을이다.
왼쪽에서 들어온 강줄기가 뼝대에 부딪쳐 다시 휘돌아나가고
반대편 뼝대에 막혀 또 휘돌아가고
지리학적으로는 사행천
풍수학적으로는 산태극수태극지세이다.
가운데 섬처럼 보이는 마을이 바새마을
왼쪽 하늘벽끝에 위치한 마을이 연포마을이다.
저 연포마을끝에서 되돌아오기 싫어서
왼쪽 동강가의 길을 타고 거북마을까지 걸어 올라갔으나 길이 끝나고 말았다.
이곳에 봄이면
그 유명한 동강할미꽃이 절벽을 타고 핀다고 한다.
바람도 돌아서 나가는 곳
이곳의 풍경이 그리워서 이따금씩 찾아 들것 같다.
강물이 깊어질때는 그 만큼 마음도 깊어질 것이요
강이 얕아질때에는 마음이 수백번 저강을 넘나들 것이다.
강으로 향하는 소나무
점점 더 강으로 숙이다보면
물마시는 짐승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잉크를 풀어둔 것 같은 강물빛
저 물빛때문에 손을 넣어 보고 싶다.
손에서 푸른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오래된 소나무는 모두 강을 향했다.
바위끝에 저 낙엽처럼 앉아볼까?
그러다 낙엽처럼 날아 볼까
그러다 강으로 뛰어들어볼까...
강건너 바새(所沙)마을
돌에 기대어 앉아 강을 보는 소나무
나보다 더 강을 좋아하는 소나무
하늘벽길을 따라 걸으면
강건너 바새마을이 함께 한다.
강가의 모래가 고와서 바새(所沙)마을이라고 한 것 같다.
가을낙엽과 가을강과 나....
정처없이 떠나길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절벽과 절벽을 이어주는 하늘벽유리다리
올라서면 무너질것 같은 두려움이 있지만
조심스레 올라서서 절벽아래를 바라본다.
좁은 절벽위에 길을 내고 길이 끊어진 곳에
유리다리를 설치했다.
전망대에서 유리다리까지는 낙엽때문에 미끄럽고
뾰족한 돌부리가 많은 험한 길이다
하지만 다리를 지나고부터 연포마을까지는 천천히 걷고 싶은 편안한 길이다.
오랫만에 붉은 잎을 만났다.
갈색이거나 누렇거나....
그틈에 붉은빛을 만나니 반갑다.
어느 출입문을 지나가듯이 두 소나무사이를 지나서...
절벽 위이긴 하지만 좀더 가까이 보이는 물빛
저 유리알같이 맑은 빛
모래도 바다모래처럼 곱다.
들판이 보이는 걸 보니 연포마을에 다다른듯하다.
하늘벽을 내려서니
소나무도 바로 서있다.
연포마을 들판
콩밭에 걸려있는 비료포대...
왜 걸어두었을까
이 비료를 주었다는 기억을 잊지 않케 하기 위해서일까
아니 새를 쫓기 위한 허수아비?
경북지방에 유명하던 사과가
기후탓인지 영월까지 상륙했다
사과가 실하고 맛나게 보인다.
콩을 수확하는 농촌마을이 평화롭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오지마을...콩이 참 구수하겠다.
길을 물었더니
저 농부아저씨 인천에서 살다왔는데 인천은 참 싫단다
이 오지가 좋다고...자랑이 늘어진다.
시골에는 감나무가 어디나 흔하다
그렇지만 딸 시간이 없어서
지나가는 나그네가 몇개쯤 축내고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나무 아래서 잘 익은 홍시 몇개 주웠다.
농부아저씨가 말한대로 이길을 따라
강을 따라 간다.
곱게 여문 가을 빛
방치된 비닐하우수..
찢겨진 비닐이 어수선하거나
서늘하거나...그렇지 않고
저것마져 풍경으로 다가서는 것은
이길이 참으로 행복했기 때문이리라.
폐가앞에 거북마을로 가는 안내판이 있다.
오지의 길이지만
그래도 차가 다닐만큼의 폭이다.
오던길을 뒤돌아보니 가을빛에 강물이 반짝인다.
여기에 줄타고 건너는 배가 있다
길을 걷다가 혹여 출출하면 저기 강건너에 밥집으로 건너가서 배를 채우면 된다.
길폭으로 봐서 여기쯤 오면 몇가구 모여있는 마을이 있을줄 알았는데
민박집 달랑 한 채 있다.
민박집 앞에 있는 솟대
아후~ 저넘의 솟대~
솟대 잘만드는 친구눔때문에 솟대만 보면 친구가 생각나서 한번씩은 쳐다보고
사진 한컷 안남길수가 없다.
그 솟대 만드는 친구가 미워질때까지는 항상 쳐다보고 지나가겠지
이마을 끝에...민박집 한채
그리고 극화밭
국화향기가 나는 동강
그 동강이 지나는 길에 국화꽃이 피고 있다.
거북마을 풍경
여기가 길 끝이다.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길
저 강을 건너야 한다.
바지를 걷고
신발을 벗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강
그래도 발은 시렵다
그리고 미끄러운 돌을 조심조심 밟고 건너는데
시린것보다 아픔이 더 힘들다
아픔보다 넘어지면 카메라며 핸드폰이며 손실이 너무 크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차리고 살금살금 건넜다.
맨발로 강을 건너니 멀리 백룡동굴 데크길이 보인다.
이강을 다시 또 건너야 한다
걸어서는 건널수 없는 깊은 강...
저기 보이는 작은 선박이
백룡동굴 탐사선이다.
무료로 태워주는 바람에
아침에 출발했던 곳으로 무사히 돌아 올 수 있었다.
백룡동굴 탐사를 위해 찾아온 입장객을 태워주는 배이다.
거북마을에서 길이 끝나서
더 이상 갈수 없는 상황이다
뒤돌아가기에는 너무 먼길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이 시려운 강을 건너고
탐사선의 도움으로 다시 강을 또 건너는....
두려움과 호기심과 모험심..강을 건넜을때의 희열
그리고 무료승선이라는 감사함...
오늘의 트랙킹은 감정의 종합선물같은 시간이었다.
트랙킹 종료시간은 오후 3시 30분
5시간의 동강길은 도심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온듯한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굽이 굽이 좁은 길을 따라
막다른 길로 들어서는 곳
길끝에는 또다른 길이 있고
깊은 강을 건너면 또다른 강이 있다는 것
그 강이 만약 건널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같다면
그사람을 버리고 돌아설 것인가
아니면
탐사선과 같은 또다른이의 마음을 빌려 내마음을 건너게 할 것인가
용기와 인내와 지헤가 필요함을 생각해보는 길이 되었다.
동강길 걷기를 끝내고 묵은지에 닭도리탕.....
막걸리 한 잔을 안할수가 없지요
인생뭐있어...
이렇게 한 잔술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기분이 온몸에 쟈르르...퍼지는 걸
강줄기처럼 이리저리 돌아서 어디선가 너를 만나고 나를 만나고
그또한 지나서....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아직 많이 남았지
흘러 갈 강
걸어 갈 길
겪어 갈 삶.......
강물처럼 무심히 흘러가요
가다보면 다 해결이 되더라구요.
2015.10.31.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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