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에 의존하여
세월 가는 것이 두렵다 보니
겨울을 그냥 잡고 있다
삼월이면 바라보던 봄옷은
아직 옷장 안에서 잠자고
마음은 겨울 외투처럼 두껍다
무심한 마음은
계절에 대해 참견을 하지 못하겠다
겨울 속에서 밥을 먹고
겨울 속에서 잠을 자지만
달리 기억하는 것은 없다
입춘이 지난 줄도 모르고 산으로 간다
내 마음보다 먼저 든 봄빛에
진달래가 웃는다
어느새 봄인가?
진달래에 의존하여 봄을 안다
아직 겨울이던 어색한 마음은
진달래에 대하여 아무것도 나눌 수가 없네
그래서 진달래는 소리 없이 돌아가겠지
진달래에 의존하여 알게 한 봄
봄이 다 지나갈 때쯤에야
돌아볼 것 같은 봄
그즈음에는 세상이 모두 꽃밭일 텐데
나는 웃음꽃이라도 피울수 있겠지.
梁該憬
2016.3.20. 조도에서 진달래를 만나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섬은 크게 상조도와 하조도로 나뉜다
1백54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새떼처럼 떠 있어서 '조도'라고 불리는 조도군도의 섬이다.
위쪽을 상조도,아래 쪽 섬을 하조도라 했다.
하조도에는 조도면 사무소와 지서 등 행정기관과 여관, 식당, 양복점, 미장원, 사진관 등 상업시설이 고루 들어서 있다.
하조도의 매력은 바다와 땅의 아름다운 조화에 있다.
푸른 바다 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섬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소리 없이 미끄러져 가는 고깃배의 모습을 보다가도
고개만 돌리면 시야에는 금세 한적한 시골 농가의 전원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신전해수욕장과 모라깨 해수욕장에서 야영도 가능하고,
인근 죽항도의 멸치어장과 새떼처럼 몰려있는 새끼섬들을 둘러보는 섬 여행의 즐거움이 각별하다.
상조도의 최고지점의 높이는 221m이며, 도리산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어 조도군도를 조망할 수 있다.
대부분 낮은 구릉지가 대부분이다.
해안선은 드나듦이 심하며, 섬의 남쪽에 발달한 간석지의 일부는 농경지화되었다.
2016.3.20.일요일. 맑음(미세먼지 많음)
산행지:돈대산에서 신금산까지
산행코스:산행리-손가락바위-돈대산-투스타바위-유토마을-신금산-거북바위-동백나무 군락지-하조도등대
산행거리:약8km
산행시간:오전8시30분-오후 2시 -약 5시간 30분소요(후미기준 식사시간 포함)
저 노란 리본을 분홍글씨처럼 영원히 달고 있을 것 같은 진도 팽목항
작년 가을에 찾았을때는 비마져 내려 가슴을 울컥하게 쓸어 내렸는데
다행이 오늘은 비는 오지 않는다
저기 등대까지 걸어가고 싶지만 ....작년에 울컥했던 순간이 기억나서 그냥 걸음을 멈춘다.
지난밤 자정에 인천을 출발하여 동이 트기전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따듯한 떡국으로 고마운 아침 식사를 하고 승선표를 손에 쥐었다
섬은 승선표를 손에 쥐어야 비로서 그섬에 가는 것이다
예매를 해도....일기가 그날의 운을 좌우 하는 것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40여분 거리의 조도행 티켓...단체이긴 하지만 싸다는 생각이 든다.
밤을 새워 멀리 달려왔으니 당연히 첫배를 탄다
잠을 설친 탓인지 배에 오르면 눈을 감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이 트는 진도 앞바다
섬에 가는데 눈을 감을수가 없다
뱃머리에 나와서 스치는 섬을 바라본다
그섬이 그섬 같고....이름조차 알수 없는 고만고만한 풍경
바람이 차다
옷깃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이 아직은 따사롭지는 못하다
인천보다는 따듯하지만.
드디어 조도다
저기 저 능선을 걸어가겠지
상조도와 하조도를 이어지주는 다리
양식부표가 구슬을 꿰어 놓은듯 이쁘다.
조도 창유항
이섬저섬을 바라보는 사이
4분만에 도착했다
파도가 잔잔하여 섬이 조용하게 느껴진다
파도에 따라 그날의 섬의 기운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미처 잠을 깨지 않은 섬에 온듯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섬의 입구에는 안내표지판이 이방인을 반긴다
상조도 하조도...모두 새가 날아가는 모습이다
주변의 작은 섬이 가득한 조도군도..
그속의 가장 큰섬인 하조도의 산행을 하는 것이다.
창유선착장에서 버스로 산행리마을로 이동
여기서 산행은 시작된다
8시30분...마을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이방인들이 너무 소란스런 느낌이라 갑자기 미안한다.
풋마늘이겨울을 지나온것 같지 않게 성큼 자라있는 산행리 마을
돌담을 두른 푸른집을 보니 전형적인 섬마을에 온듯하다.
돈대산까지 1.8km
가깝다
돈대산271m
높지 않다
그래서 쉬운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
봄을 다 지나온듯한 풀밭
유채꽃인지...꽃도 피었고
옴봄은 조도에 가장 먼저 왔다
이렇게 길을 나서야 봄을 보는 모양이다
집에 있으면 티비체널을 돌리며 무엇을 봤을지 모르지만
기다리지 않았던 봄이지만 그래도 봄을 만나니 마음이 상큼하다.
20분정도 걸어오르자 손가락바위가 터억 앞을 막는다
저 엄지 손가락, 거인의 손가락이다.
조용히 오르던 마음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생각보다 멋진 산행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바위를 지나서 보니...더 멋지다
밧줄이 있어서 저 끝까지 올라 갈수 있다
바위위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 기가 막히겠다
발목도 아프고 허리도 좋지 않아 바위위를 오르지 않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가까이 당겨서 찍어본 보양
겹겹이 시루떡처럼 쌓아올린 바위
저 지층을 쌓고 다지고 굳어간 세월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바다에서 솟아오른 것이지
바람이 깎은 것인지....자연의 조각품이 진귀함을 느끼게 한다.
이맘때의 남녁은 동백꽃이 만발한다.
초입에는 드문드문 피었지만
신금산을 지나 하조도등대사이에는 원시림그대로 동백꽃 군락을 이룬다.
동백꽃 터널을 지나는 기분은 내가 원시의 세계로 빨려든 기분이랄까...
걸어온길을 뒤돌아보며....
군데군데 바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같은 모습이다.
다정큼나무가 많은 조도
장미과라는데 가시는 없다
혹여 돌아서면 기억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진으로 남긴다.
섬이지만 평야가 잘 정돈 되어 있다
섬의 모양을 닮아 꼬불꼬불하리라 생각했는데 반듯하게 정리되어있다
밭은 벌써 푸를대로 푸르다..
대파와 풋마늘이 자라고 있는 하조도의 평야
돈대산의 가는 도중 돌아본 손가락바위
기암의 바위와 양식장이 가득한 바다와의조화
그런풍경이 좋아서 조도를 찾는이가 많은것 같다.
섬의 모양대로 바다가 흐르고
그리고 길이 나 있다
한시간을 넘게 걷다가 내려다 보아도 이방인 외에는 조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섬
그들은 아직도 겨울인 것인지....보이지 않는다.
낮은 산 같아도
올망졸망 올라갔다 내려갔다 둘레길보다는 빡세다
또 돌아보니...저 끝에 손가락바위가 있다.
산행리 마을과 유토마을 딱 절반쯤에 돈대산이 있다
돈대산墩臺山
271m
전라남도 진도군 하조도 창유리의 뒷산이며, 봉수대가 있던 곳이다.
돈대산 봉수에 대한 직접적인 사료 및 조사자료는 전무하나, 돈대산이란 지명이 붙은 산에는 반드시 봉수대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돈대(墩臺)의 수비과정에서 특히 도서지방에 있어서의 그들의 연락방법은 봉화가 유일한 수단이었음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돈대산을 지나 다시 유토마을 쪽으로 걸어간다
투스타 바위다
왜 투스타 바위인지는 모르지만 내눈에는 공룡같다.
생각보다 참 재밌는 섬이다
바다위로 쉴새없이 섬이 다가서고
단순하지 않는 암릉이 이어지는 조도의 돈대산과 신금산 능선
산행을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낙타의 등처럼 느껴지는 봉우리
공룡도 타고 낙타도 타고 새의 등에 앉아도 보는 조도 산행
오늘의 사진은 이렇듯 시야가 흐리다
미세먼지가 가득한가보다
하늘까지 파랗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의 날개쭉지처럼 펴있는 섬의 일부를 보며...
돈대산의 산줄기를 모두 타고 내려오면 유토마을이 나온다
이 도로를 가로 질러 신금산으로 향한다.
돈대산을 내려와 도로를 가로지르면 바로 이 표지판이 나온다
처음오는 사람이라도 쉽게 신금산 진입로를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어느섬을 가더라도 이정표와 등로를 잘 정비해 두어서 정말로 고마움을 느낀다.
돌이 참 많은 섬
돌이 참 많은 산
신금산을 오른지 얼마되지 않아 돌탑을 만난다
돌이 많으니 누군가 돌탑을 쌓고 싶었겠지
무의미하게 느껴지지만 어떤이에게는 이정표가 되기도 하는 돌탑
멋이 없어도 의미가 되는 돌탑이기도 하다
신금산 오르다가 하조도 면소재지가 있는 마을을 내려다 본다
섬안에 저수지도 있고
잘 정비되어있는 평야와 제법 큰 마을...
조도 신금산(神禽山, 230m)
대부분 돌로된 표지석이지만 재밌는 표지판이다
귀여운 섬사람의 느낌이다.
하조도 등대까지 3.8키로..
쉽게 생각하고 산에 올랐지만
업다운이 이어지는 쉽지 않은 산행길이다
그재미에 사에 오는 것이겠지만
산의 높이만 생각하고 왔다가는 조금 힘든 산행일수도 있다
진달래가 많은 산은 아니지만 군데 군데 피어 있다
진달래를 보고서야 봄을 느끼는 둔한 마음
언제부터인가....미루어 짐작하기보다는
눈으로 보아야 실감하게 되었다
마음이 둔해진건지...봄이 오는 것이 두려운것인지...
세월감이 싫은 것인지...계절에 대해 둔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홀로 걷기보다
동행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끔 섬같은 작은 이야기도 나누고
풍경같은 사람이 되어도 보고
그섬에 내가 있고 내속에 섬이 떠다니는 시간이다.
와우~ 섬의 끝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기 저 계단을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다 끝난 것 같아도 다시 오름이 있는 것이 지금까지 겪었던 우리의 삶이다
삶같은 여행
그래서 우린 여행이 늘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저기 상조도로 건너가는 다리도 보이고
창유항도 보이고 참 많은 섬, 섬, 섬, 섬....
누군가는 눈물같은 섬이라고 했는데
난 새의 눈물을 본적이 없으니
새똥같은 섬이라고 했다.
보이는데로 생각나는데로 말을 하지만 생각과 느낌의 차이가 늘 있다.
산능선을 넘어서
큰 바위를 돌아서
바다를 따라 날아갈듯 걸어가는 길
조금씩 힘겨워지지만
언제나 끝은 있기 마련......그 끝을 향하여 꾸준히 걸어간다.
길을 막아서는 큰 바위
길이 없을 것 같은 곳
어디로 갈까
바위아래로 조심조심 내려간다.
길이 조금만 편해지면 또다시 바다를 향하는 눈길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같고
저 섬들의 이름을 모른다
그 섬에사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모르듯이
스쳐가는 인연처럼 섬
어느날 문득 연이 닿아서 저기 섬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지
하조도 등대를 돌아서 나오는 길옆의 양식장
양식장 풍경이 예전에 하얀 부표를 띄우던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암릉 사이로 안전한 데크를 설치해 두었다
그래서 더 많이 찾아 오는 섬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악어 발 같기도 한...암벽
멋없이 잘린 소나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지만
악어발처럼 뻗어나간 바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조화로움을 본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데
망개열매가 붉음을 유지하고 길 섶을 장식한다
하조도 정자
저기서 한동안 머물고 싶었다
눈을 감고 바다를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맑은 하늘을 보고 싶었다
갈길이 먼 우리들은 잠시 쉬는 것만 하고 이내 갈 길을 재촉했다
바다가 온몸으로 들어오는 그런 꿈을 꾸고 싶은 정자다.
하조도 끝
계단과 등대과 방송기지국 같은 철탑
복잡하다....섬의 아름다음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자연미를 살려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조도 상징탑
하조도 등대
하조도 포토죤
여기서 하조도의 산행은 마무리를 짓고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로 향한다.
긴 산행을 마치고 만나는 맛집
조도 흑돼지 삼겹살에 배추쌈 그리고 김국이 맛있었던 식사다
흑돼지는 150그램에 1000원/공기밥은 2000원이다.
조도의 야생화
상조도 도리산전망대에서 본 풍경
섬에 다녀왔다
지난해 진도에 갔었고
진도라는 섬안에 또 섬 조도와 관매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섬이름을 아는 순간 그 섬은 언젠가는 내품에 들어온다
섬이름을 모를때에는 내 섬이 아니다가도 섬이름을 아는 순간 내섬이 된다.
무작정 가는 것이다
무계획이 나의 계획인 셈
모르는 사람들 숲에 섞여 있어도 나는 섬에 가니까 좋은 것이다
저기 수없는 섬이 홀로 있어도 어디 외롭게 보이던가
섬처럼 떠다니는 것이 인생이고
그 인생을 짊어지고 가는 우리에게 섬은 태몽처럼 간직하고 태어난 것이다
다섯시간 30분 동안 조도의 풍경이 되어 걸었다
진달래가 필때인줄도 모르고 그냥 갔던 섬이 봄을 알리고 있었다
둔탁한 이몸이 봄이 온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조도에서 봄을 맞이하고 왔다
올봄 내게도 분홍빛 꽃물이 들려나......2016.3.20. 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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