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hotostory-海

2016.7.9. 포항 월포바닷가에서 일출

kyeong~ 2016. 7. 11. 23:53

 

 

 

 

 

 

 

일출사색

 

애벌레처럼 웅크리다
밤의 껍질을 벗고 나니
마침 월포바닷가에서도 태양이 껍질을 벗는 중이다
태양은 왜 맨날 붉은 것인가
바닷물이 들거나

풀물이 들거나

모래밭을 뒹구는 동안 곰보 자국이 나거나
그렇지만 관념의 해는 늘 붉고 둥글다

껍질을 벗는 것이 아니라 
껍질이라는 통로를 지나온 것 
무의식을 벗어나 태양을 만났을 때
흔하디흔한 태양이 아니라
천지창조의 깃발처럼 높기만 하다
깃발처럼 솟아오르는 태양 아래서
간이역처럼 머물다 가는 바닷가
또 태양은 붉다

 

스스로 늪 속에 가라앉아 있지 못하고
떠도는게 운명이고 
떠도는 운명끼리 잊을 만하면 다시 만나
잠시 스쳐 가는 사이

저렇게 높이 사라져 가는데  
색깔이 무슨 이유가 되겠어.

 

梁該憬

2016.7.9. 포항 월포바닷가에서 일출을 만나고

 

 

 

 

 

#무의식과 의식사이를 헤매다

밤이 물러설즈음 낯선바닷가에 닿았다

해는 바다를 박차고 오르는 중

인간은 누구나 일출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낯선 간이역같은 바닷가에서 만난 태양

익히 알고 있는 느낌의 시간이지만 우리는 발길을 멈추고

태양의 출산에 대한 호흡을 함께 한다

하늘로 오르는 기쁨을 인간은 늘 갈구하고 있고

 오르는 것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숙달된 느낌때문인 것이다

내눈은 어쩌다 태양을 붉은 것으로 인식하고

그 붉에 대해 기쁨과 환호로 바라보고 있는지

초록이거나 파란색이었다면 어쩌면 그냥 스쳐가는 바람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엉뚱한 생각이고

별 이상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고유의 색깔을 인식하고

그 고유속에서 틀을 깨지 못하는 굴레를 지니고 사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들여진 인식과 숙명처럼 여기는 길이 안식과 평화일지는 모르나

또다른 틀에서 나를 보고 싶어서 태양의 색깔 바꾸기 상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