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쪽 비워둔다면

poem-아직도 모르지만

꽃에 대한 사유 (정선 하늘길)

kyeong~ 2017. 8. 23. 00:16



    꽃에 대한 사유


가는 걸음 붙잡고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던 그 얼굴은 어디로 갔는가
소리 없이 웃어도
한참이나 바라보았던 그 시절은 어디에 있는가
천 년을 아니 잊을 것처럼
서리서리 묻었던 향내는 그대로인데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또 어디로 떠나갔는지

나는 그대의 시간에 멈추었는데
그대의 시간은 숨어버렸다

앙상한 꽃대만 남기었어도
그대의 색채는내 속에서 붓질하고
내게 꽃이 되었던 것들의 체온이 남아
자꾸 내 뒤를 밟는다

어쩌다 그렇게 가벼워진 몸으로 서 있는가
길에서 사는 일이
모두 내어주고 수도승처럼 사는 일인가
금을 긋지 않는 꽃의 경계
그의 공간을 돌고 돌아 
 어느봄, 쓸쓸했던 통증은 사라지고

 천연덕스런 웃음을 토하고 있을 것이다.



梁該憬

2016.9.25.일. 정선 하늘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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